“서울의 야간 빛공해 심각?”…시민 절반 “불편하다”

A씨는 아침 출근길이나 해가 진 퇴근길에 인근 아파트 사거리를 지나칠 때면 옥외 전광판의 눈부심으로 인해 운전조차 힘들다. 화면이 바뀔때마다 무슨 벼락치듯 푸른기운이 감돌아 공포 분위기 마저 조성한다며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B씨의 경우는 야간에 한강 주변 도로를 깊은 한순만 나온다. 휘황찬란한 야경에 한순간 감탄이 나올 법도 하지만 그 보다는 눈이 부시고, 전력 낭비와 환경 문제를 더 심각하게 느낀다.

120다산콜센터에 접수된 민원사례처럼 서울 시민들은 도심 곳곳에서 발생하는 빛 공해로 ‘눈의 피로’, ‘스트레스’ 등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공해’란 법률적으로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이 생기거나 정해진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는 상태를 말한다.

24일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8월 서울 시민 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복수응답) 결과에 따르면 광고조명으로 인해 서울시민 52.9%가 눈의 피로, 45.1%가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33개 지역 중·고등학생 4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에서는 36.4%가 너무 밝은 가로등이나 보안등으로 인해, 33.4%는 광고조명으로 인해 피해를 느낀다고 답했다.

광고조명으로 인한 중·고등학생의 피해정도는 ‘눈의 피로’ 47.3%(193명), ‘스트레스’ 27.9%(114명), ‘수면방해’ 24.7%(101명) 등 순으로 높았다.

특히 도시지역 거주 청소년들이 도농복합지역 거주 청소년들 보다 더 많은 ‘눈의피로'(55.3%-23.5%)와 ‘스트레스'(35%-6.9%) 등을 호소했다.

또 다른 빛공해 폐해로는 ‘하늘 밝아짐’ 현상을 들 수 있다. 도심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의 어둠이 영향을 받는 현상인 ‘광해’가 심해지면서 최근 도심 속 밤하늘에선 별을 구경하기 힘들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거주지역 밤하늘의 별 관측 여부를 조사한 결과 ‘조금 볼 수 있다’ 44.9%(183명), ‘거의 볼 수 없다’ 35.9%(146명), ‘전혀 볼 수 없다’ 10.3%(42명), ‘그저 그렇다’ 5.15%(21명), ‘매우 많이 볼 수 있다’ 3.9%(16명) 순으로 조사됐다.

촛불 하나의 밝기가 1칸델라(cd, 광도의 SI단위)라면 옥외광고 등 조명은 8000칸델라가 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인공조명 사용은 수면방해로 인한 암 발생률을 높이는 등 시민 건강에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자원순환연대 관계자는 “빛공해는 주로 야간에 생성되는 멜라토닌이라는 중요 호르몬을 억제한다. 이로인해 생체리듬의 변화에 따른 불면증, 피로, 스트레스, 불안 등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암의 발생확률을 증가시킨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스라엘에서 발표한 연구에서는 야간에 과도한 빛에 노출된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비율이 그렇지 않은 지역 여성들보다 73% 높게 나타났다는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도심의 과도한 야간 조명이 심각한 ‘빛공해’를 유발하는 가운데 서울의 광고조명 절반 가까이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것으로 드러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가 지난 6월 경희대학교 지속가능건강건축연구센터에 의뢰해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지역 5개 일반상업·주거지역 광고조명 44%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이번 조사는 서대문구 충정로 부근·중구 시청역 부근·마포구 신촌역 부근·서초구 강남역 부근·강남구 압구정 로데오거리 등 인공조명 193개를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이 중 85개가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신촌역 부근은 광고물 14개 중 10개(71.4%)가 기준치를 초과해 빛공해가 가장 심각했다. 이어 압구정 로데오거리 34개 중 18개(52.9%), 시청역 부근 22개 중 11개(50.0%), 강남역 부근 120개 중 46개(38.3%) 순으로 기준치를 초과한 광고물이 많았다.

건물별로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의 한 편의점 외부투광 광고조명이 기준치를 무려 66.6배(53,244cd/㎡)나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대부분 건물의 광고조명이 기준치 보다 20배 이상 높았다.

정부는 빛공해 기준 초과율 27%를 2018년까지 13%로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빛공해 방지법을 마련했지만 아직 발효 까지는 4년여가 남아있어 당장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원순환연대 관계자는 “인공조명으로 인한 빛공해 방지법이 2012년에 실시됐지만 5년간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빛공해 방지법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속히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지정하고, 빛공해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