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은 위암, 간암 등과 달리 일명 ‘선진국형 암’으로 불린다. 특히 서구형 식습관 등으로 인해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이 밝혀져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동물성 지방을 다량 섭취하면 유방암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으며 한국 국민 영양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육류 소비가 15년 사이에 60% 증가했다고 보고됐다.
같은 기간 동안 유방암 역시 4.5배가 증가했다. 유방암은 여성호르몬과 관련이 많은데 초경이 빠르거나(12세 이전), 출산을 하지 않은 경우, 30대 이후에 첫 임신을 한 여성, 수유력이 없는 경우, 10년 이상 피임약을 복용한 여성 등에서 발병이 높다. 현재 한국사회의 늦은 결혼 및 저출산, 직장 여성의 증가 등 흔히 볼 수 있는 사회 현상들이 모두 유방암을 증가시키는 것과 관련이 있는 요인들이다. 노동영 서울대 암병원장(사진)을 만나 유방암 치료부터 예방까지 유방암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들어봤다.
배은나 객원기자
-한국 유방암 환자는 미국, 유럽 등의 감소추세와 달리 매년 6%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 보는지.
“우리나라의 경우 서구와 달리 선진화와 서구화가 급격하게 진행됐고 이에 따르는 식생활 습관과 사회 풍토의 급격한 변화가 유방암 발생률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30년간 이러한 변화를 경험했던 세대가 40~50대 이상 됐을 때 유방암 발병을 경험하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식습관의 변화와 사회 문화의 변화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변화의 속도가 더뎌지면 우리나라도 서구와 마찬가지로 유방암 발생률이 감소하는 추세로 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방암이 무서운 이유는.
“유방암은 완치율이 다른 암에 비해 매우 높은 편으로 조기에 발견할 경우 95%이상의 완치율을 보인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이후 발견되거나 유방암에 매우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여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몇몇 암의 경우 뼈·간·폐·뇌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아도 완치가 어렵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다른 암은 5년이 지나면 암 재발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데 비해 유방암은 5년 이후의 재발 가능성이 다른 암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장기간의 관리를 요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검증된 유방암의 표준 치료를 전문가의 의견에 따라 완료하는 것이다. 유방암은 수술, 항암치료, 표적 주사치료, 항호르몬 치료, 방사선 치료 등을 개개인에 맞게 종합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이러한 치료를 거부하거나, 시행하지 못한 경우 암의 급격한 진행, 빠른 재발 등을 경험하고 결국 치료의 기회를 놓치고 급격한 사망에 이르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유방암은 치료에 반응이 좋은 암이지 진행하지 않는 순한 암은 아니다. 표준 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경우 급격히 진행 할 수 있는 무서운 암이라고 할 수 있다.”
-연령대별 유방건강 관리 방법은.
“한국유방암학회에서는 30세 이후 매월 유방자가검진, 35세 이후 2년 간격으로 의사의 임상 진찰,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의사의 임상 진찰 및 유방촬영검사를 권고하고 있다. 국가 암검진사업에서는 4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2년을 주기로 유방촬영검사를 실시하고 의사의 임상 진찰을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연령대별로 유방건강관리 방법에 특별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자신의 유방에 관심을 갖고 변화가 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 이전에 만져지지 않던 혹이 만져지거나, 유방 모양의 변화가 있거나 유두에서 분비물이 있는 등의 변화가 있는지를 관심 있게 살펴보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가 발견되었을 때 주저 없이 근처의 전문가를 찾아 실제 이상이 있는지를 확인 받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 속에서의 작은 관심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관리 비결이다.”
-유방암은 반드시 외과적 수술 해야 하나.
“현재까지 유방암과 같은 고형암은 수술적으로 암을 제거해야만 완치가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항암 치료, 표적치료, 방사선 치료 등 여러 치료들이 발전되어 왔지만 이는 수술적 치료 전후에 시행하여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보조요법이지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치료는 아니다. 따라서 유방암의 경우 유방암이 발생한 부위를 일부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 것이 완치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특수한 경우로 유방암이 이미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경우에는 원 발병소인 유방을 제거하는 것이 생존율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을 시행하지 않는다. 이런 것을 고식적 치료라 하며 이러한 경우 완치를 기대하기 힘들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미래에는 수술적 치료 없이도 완치가 가능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유방암의 완치를 위해서는 유방암의 수술적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유방암 수술 환자의 사후 관리 방법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진이 권고하는 치료를 잘 따르는 것이다. 즉 의학적으로 검증돼 있는 유방암의 표준치료를 엄격한 기준에 따라 잘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개인에 따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 치료, 표적 주사 치료 등의 필요성은 모두 다르다.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후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과정을 잘 완주해야만 재발률을 줄이고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이 권고하는 여러 검사들 역시 주기적으로 잘 시행해야 재발이 생기는 경우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할 수 있다. ”
-유방암 환우들에게 한마디.
“유방암의 원인은 잘 밝혀져 있지 않지만, 출산·수유·음식을 비롯해 신체활동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생활습관병’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식습관, 규칙적인 운동, 신체활동 등을 적절히 행하면,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30% 이상 재발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일단 유방암에 걸리면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적절히 치료받기를 바란다. 대부분 여성에게 발생해 모성과 가족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갖고 환자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병이다. 희망을 버리지 말고 굳건히 이겨내어 새로이 밝고 희망찬 삶을 설계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