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70%까지 잘라 이식해 줘도 6개월 뒤엔 복원

ㆍ‘이식의 꽃’ 생체 간이식
ㆍ서울아산병원 지난달 말에
ㆍ세계 최다 3713사례 기록

를 보면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감춰둔 불을 인간에게 준 대가로 코카서스 산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당한다. 하지만 간은 밤이 지나면서 다시 재생된다. 실제 간은 탁월한 재생 능력을 갖고 있다. 간의 30~40%만 남기고 잘라내도 다시 커져 묵묵히 기능을 수행한다.

1994년 12월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18시간의 대수술 끝에 국내 첫 생체 간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선천성 담도 폐쇄증을 앓던 생후 9개월의 아기가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화로 인해 사경을 헤매다 아버지의 간 일부를 이식받고 생명을 되찾았다. 그 아기는 현재 21살의 건강한 대학생으로 성장했다. 이 병원의 장기이식센터(소장 황신 교수) 간이식팀은 올 11월30일 현재 간이식 세계 최다인 3713사례를 기록했다. 성적도 외국의 유수 기관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망가진 간을 떼어내고 뇌사자나 산 사람으로부터 제공받은 새 간을 붙이는 간이식은 간암이나 간경화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를 근본적으로 구할 수 있는 치료법이다.

뇌사자 간이식은 뇌사 상태에 빠진 환자 간의 전부 혹은 일부를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것이고, 생체 간이식은 건강한 사람 간의 좌엽 일부, 좌엽, 우엽 일부, 우엽을 이식하는 것으로 기증자의 1개의 간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기증자에게 남기고 한쪽은 수혜자에게 이식하는 것을 말한다.

생체 간이식 수술이 가능한 것은 간을 최대 70%까지 잘라도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원래 크기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왕성한 재생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건강한 사람의 간 일부(통상 50%)를 절제해 말기 간환자에게 이식해주면 환자의 생명을 구하고 동시에 기증자도 한 달 이내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이 수술은 최소 15시간 이상 걸리고 간 내부의 복잡한 혈관 구조를 정확히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미세수술로, ‘이식의 꽃’으로 불린다.

생체 간이식은 뇌사자 간이식과 달리 사전 준비가 가능하고, 수혜자의 질환이 악화되기 전에 이식이 가능하다. 또 기증자에게서 간을 적출해 바로 수혜자에게 간을 줄 수 있다. 전격성 간부전과 같은 응급상황에서도 뇌사자를 기다리느라 수혜자의 상태가 악화되는 일이 없이 바로 이식이 가능하다. 대부분 생체 기증자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간의 질이 우수해 심각한 합병증이 거의 없는 등 장점이 많다.

최근 새로운 면역억제제의 개발과 새로운 기법·환자 관리의 발전으로 혈액형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도 생체 간이식이 시행되고 있다.

어린이는 대개 간의 좌엽을 사용하고, 성인은 크기가 큰 우엽을 주로 사용한다. 기증자 나이, 지방간 정도, 해부학적 기형 유무가 간 절제 범위를 결정한다. 많은 간을 절제하더라도 젊을수록, 지방간이 적을수록 간재생능력이 뛰어나 기증자도 안전하고, 수혜자의 성적도 좋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