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접종 했는데”…지난해 볼거리·수두 신고 증가전체 2군 감염병 7만6천102건…전년보다 30% 증가
예방접종 효과 제한적…”증상 약해져 진단 증가”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지난해 유행성이하선염(볼거리), 수두, 홍역 등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발생 신고가 전년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웹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신고된 2군 법정 감염병 발생 건수는 모두 7만6천102건으로, 2013년의 5만7천969건에서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군 감염병은 예방접종을 통해 예방과 관리가 가능해 국가예방접종사업의 대상이 되는 감염병으로, 홍역, 백일해, 수두, 유행성이하선염, 풍진, 일본뇌염 등이 포함된다.
이들 가운데 지난해 유행성이하선염 발생 신고 건수는 모두 2만5천759건으로, 전년도 1만7천24건보다 51.3%나 늘었다.
유행성이하선염은 2013년에도 2012년에 비해 127% 급증하는 등 최근 1∼2년새 학교를 중심으로 많이 발생했다.
2005년부터 국가예방접종사업에 포함돼 법정 감염병이 된 수두도 이후 환자가 계속 늘어 지난해 전년도보다 19.9% 증가한 4만4천802명의 환자가 신고됐다.
예방접종을 함에도 불구하고 유행성이하선염과 수두가 오히려 늘어나는 이유는 백신의 예방 효과가 100%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의 박옥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유행성이하선염이나 수두는 홍역, 풍진에 비해 현재 국내외에 나와있는 백신의 예방효과가 낮다”며 “유행성이하선염의 경우 면역력이 낮아진 집단이 누적되면 주기적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올해부터는 다시 감소 추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이어 “수두의 경우 실제 진료 인원은 늘고 있지 않아, 실제 발생보다는 신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이들 환자 수가 늘어난 것이 예방접종의 효과로 증상이 전보다 훨씬 약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강진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예방접종이 확대된 이후 과거처럼 온몸이 발진으로 뒤덮이는 전형적인 수두 환자가 많이 줄고 합병증이 동반된 중증 유행성이하선염도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임상적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오히려 어려워져 귀밑이 붓거나 발진·수포가 생기는 것만으로 유행성이하선염이나 수두로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로 과거와 비교하면 예방접종의 효과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유행성이하선염과 수두 외에 또다른 2군 감염병인 홍역의 발생 건수도 지난해 473건으로, 전년(107건)의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지역에서 홍역이 크게 유행하면서 이 지역 여행자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돼 전파됐기 때문이다.
박옥 과장은 “지난해 발생한 홍역은 모두 해외 유입과 관련된 것으로 토착화된 바이러스로 인한 발생은 없다”며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 예방접종이 확대되면서 국내 환자 발생 신고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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