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
제프 스펙 지음
박혜인 옮김, 마티
325쪽, 1만6000원
불편해야 건강하다
아오키 아키라 지음
이민아 옮김, 바다출판사
248쪽, 1만2000원
걷기의 이점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터. 하지만 도시에서 걷기를 실천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대도시 서울에도 걷기 좋은 길이 속속 생겨나고 있지만, ‘걷기 위해 큰 맘 먹고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과 직면하게 된다. 미국의 도시계획가 제프 스펙의 『걸을 수 있는 도시』(원제: Walkable City)는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도보로 이동하는 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를 다각도로 검토한 책이다.
왜 걸을 수 있는 도시가 중요할까. 걷기가 가능한 도시는 창의적인 젊은 인구를 끌어들이고, 시민들의 이동에 드는 비용을 지역 내에 머물게 함으로써 지역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다. 좋은 예가 있다. 미국 신발회사 울버린 월드와이드는 미시간 주 교외에 사옥을 갖고 있었지만, 자꾸 회사를 떠나는 젊은 직원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직원들은 단지 차로만 접근이 가능한 회사 인근 지역에 전혀 친근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경영진은 회사를 재편할 시기가 되자, 사옥을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옮기기로 하고 도심 한가운데 다양한 기능을 갖춘 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창의적인 젊은 세대를 매혹시킬 도시 속 기지가 필요하다”는 경영진의 판단은 성공했다. 회사의 인기는 높아졌고, 직원들은 걸어다니는 도시 생활을 통해 더 창조적인 발상이 가능해졌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걸을 수 있는 도시는 이처럼 개인에게도, 회사에도 이득을 준다. 하지만 ‘워커블 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밀한 계획은 물론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저자는 오래된 철로를 공원으로 바꾼 뉴욕의 하이라인 프로젝트, 자전거 도시로 다시 태어난 암스테르담과 코펜하겐, 서울의 청계천 등을 성공사례로 들며 워커블 시티를 위한 10단계를 제시한다. 만족시켜야 할 조건은 유용성·안전성·편안함·흥미로움이다.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장소들을 서로 가깝게 배치하고, 보행자가 자동차로부터 안전하도록 보호할 것. 거기에 도시의 건물과 거리 풍경을 ‘내 집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친숙하면서도 흥미로운 공간들을 디자인해야 한다.
『걸어다닐 수 있는 도시』가 정책적 제안을 담은 책이라면 『불편해야 건강하다』는 도시 안에서 걷기를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방법들을 알려준다. 일본 준텐도(順天堂) 대학 의대 교수인 저자는 ‘원시인 건강법’을 주창한 노화연구 전문가다. 그는 인간은 수백만 년을 두 다리에 의지해 살아왔으며, 따라서 먼 거리를 걸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유전자의 부름에 따라 중력을 느끼며 걷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시간이 없다면 도시 속 무료헬스장(계단)을 적극 이용하라, 지하철이 도착하기 전 승강장 끝에서 끝까지 걸어라, 리모컨을 사용하지 말고 몸을 움직여라, 쓰레기는 여러 번 나누어 버려라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걷기 노하우가 가득 담겼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