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활동이 줄어들고 움직임이 적어지는 겨울, 중년 여성의 뼈에 골다공증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뚜렷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질환’으로 불리는 골다공증은 꾸준한 운동과 칼슘·비타민 D 섭취만이 예방을 위한 길이다. 겨울은 골다공증 환자들이 특히 조심해야 하는 계절이다. 골다공증 환자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성분이 비타민 D인데, 겨울에는 (비타민 D를 생성시켜주는) 햇빛에 노출되는 야외 운동이나 야외 활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몸 안에 있는 칼슘이 외부로 배출되고, 이 때문에 뼈는 더 약해진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겨울에 밖에 나가 꽁꽁 언 바닥 위에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골다공증 환자의 경우 척추뼈나 손목뼈 등이 쉽게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골다공증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특히 50~60대 여성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조용한 도둑’ 골다공증의 원인
골다공증은 뼈의 양(골밀도)이 감소하고 강도가 약해지면서 쉽게 골절이 발생되는 골격계 질환이다. 한 번 골절이 되면 회복이 잘 안 되기 때문에 나이가 든 사람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국내 연구에서 60대 초반 여성의 경우 약 50%, 60대 후반의 경우 약 70%에서 골다공증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으며, 평균수명이 증가하면서 골다공증 유병률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상훈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골다공증성 골절은 환자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노인에서는 조기 사망의 원인이 된다”고 입을 연다. 그렇다면 골다공증의 원인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폐경을 꼽을 수 있다. 폐경 이후 뼈의 생성과 소멸에 관여하는 세포들의 균형을 지켜주는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폐경 직후(50세 전후) 5년간 매년 3%씩 뼈가 소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여성의 골다공증 유병률은 남성보다 5배나 높다. “폐경으로 인한 에스트로겐의 결핍과 노화로 인해 골수에서 골형성세포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감소하는 것이 골다공증의 주원인이에요. 이와 함께 비타민 D의 섭취 부족, 햇볕에 노출 부족, 신장 기능 이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죠.” 이 교수는 인종이나 유전적인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인종과 같은 유전적인 요인도 골량에 영향을 미치는데, 흑인보다 백인과 아시아인이 낮은 골량을 갖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유전적인 인자도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되고 있죠. 카페인 및 알코올 섭취, 흡연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했거나 장에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갑상선 기능 항진, 스테로이드를 사용했을 경우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죠.” 이런 이유들로 발생하는 골다공증은 실제 골절이 일어나기 전까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골다공증을 ‘소리 없는 질환’ ‘조용한 도둑’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 자체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요. 그러나 골다공증으로 인해 골절이 발생하면 통증, 신장 감소 등 골격계 변형과 운동 능력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죠. 통증은 가장 흔한 관련 증상으로, 골다공증성 골절이 흉추 및 요추에서 주로 발생하므로 척추와 관련된 통증이 많습니다.” 이처럼 골절이 있어야만 증상이 진행되는 골다공증은 주로 척추, 손목, 고관절 등에서 자주 발생한다.
50대 이상 골다공증 골절의 전 생애 위험도는 약 30%이며, 부위별로 고관절 골절이 9%, 척추 골절이 21%, 손목 골절이 13%로 알려졌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사망률이 가장 높다. 또한 오랜 기간 누워서 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고관절 주위가 골절된 후 1년 안에 사망할 확률은 5~50%까지 다양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어요. 이유는 환자의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16.8%로 보고되고 있죠.”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골다공증으로 진행되기 전에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식단과 적절한 칼슘 섭취가 필수다. 적당한 운동과 금연, 과도한 음주를 삼가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자신의 골다공증 위험성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 D가 함유된 충분한 칼로리의 식사와 함께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면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도움이 돼요. 탄산음료나 커피는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아요.”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평균 칼슘 섭취량은 약 500mg으로, 성인 기준 하루 권장량의 절반 수준에 머문다.
따라서 칼슘이 다량 함유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칼슘을 보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골대사학회가 최근 권고한 내용에 따르면, 폐경 전 여성과 50세 이전 남성은 하루 800~1000mg, 폐경 후 여성과 50세 이상 남성은 1000~1200mg의 칼슘을 보충해야 한다. 칼슘이 함유된 식품으로는 우유와 녹황색 채소, 두부, 멸치, 미역 등이 있다. 반면 육류와 과일, 곡류에는 상대적으로 칼슘 함유량이 적은 편이다. 비타민 D는 소장의 칼륨 흡수에 필수적인 물질로,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는 것을 간접적으로 막아준다.
더불어 근력을 강화하고 낙상의 위험을 낮춰 골절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오전 10시~오후 3시 사이에 15~30분가량 햇볕을 쐬거나 고등어, 참치, 연어 등 기름진 생선이나 달걀노른자, 치즈 등으로 부족한 비타민 D를 채울 수 있다. 음식과 함께 뼈에 자극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동이다. 하루 30분가량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운동(평지 걷기)을 하면 뼈에 적절한 자극도 가고 햇빛에 노출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운동을 통해 균형 감각이 개선되면, 낙상의 위험도 감소해 골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골다공증에 관한 그 밖의 궁금증
Q 골다공증 검사와 진단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골다공증의 진단은 골밀도 검사를 통한 티 수치(T-scores)로 판단한다. 티 수치가 -1 이상이면 정상, -1~-2.5 사이일 경우 약간 진행된 상태로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 -2.5 이하를 골다공증으로 분류한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이 의심되면 X레이 촬영을 한다.
Q 골다공증의 약물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골다공증은 약물치료와 함께 식사요법이 병행돼야 치료 효과가 높다. 최근 1년에 한 번 맞는 주사제나 마시는 형태의 약물 등이 출시되면서 복용 편리성이 한층 높아져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있다. 골 형성을 증가시키거나 골 흡수를 감소시키는 약물로 치료한다.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제(SERM)나 칼시토닌, 비스포스포네이트(BPP) 제제, 칼슘 제제, 비타민 D 등이 이에 속한다.
Q 남성 골다공증도 위험한가요?
골다공증은 폐경 이후 중년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중년 남성의 골다공증 발병 비율도 점점 늘고 있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 10명 중 한 명이 골다공증이며, 골다공증 전 단계인 골감소증의 경우엔 무려 40.8%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절 발생률은 남성이 여성의 절반 수준이지만 골절로 인한 사망률은 남성이 훨씬 높다. 치료 과정 중 폐렴혈전증 같은 합병증이 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70세 이후 대퇴부 골절이 발생하면 1년 내 사망할 확률이 남성 54%, 여성 34%다.
/ 여성조선 (http://woman.chosun.com/)
취재 김가영 기자 도움말 이상훈(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