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심한 사람, 고혈압·동맥경화·대사증후군 ‘위험’

질병관리본부, 15년간 코호트연구 우수성과 50선 선정

수면무호흡증, 당뇨·고혈압·뇌노화·내장지방에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김예나 기자 = 코골이가 고혈압이나 동맥경화, 대사증후군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무호흡증은 당뇨와 고혈압, 뇌노화, 내장지방에 좋지 않다는 사실도 입증됐다.

이들 연구 성과는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의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의 코호트 연구를 통해 도출된 성과들이다. 질본은 28일 코호트 자료를 통해 도출된 연구 결과 중 50개를 선정해 사례집으로 발간했다.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은 국내 최초의 한국인 대상 대규모 연구 코호트(cohort)다. 코호트는 특정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질병발생 위험요인이나 유전-환경 상호작용 모델 연구를 뜻한다.

이 사업은 2001~2015년 지역사회, 도시, 농촌, 쌍둥이 및 가족, 국내이주자, 국외이민자 등 6개 코호트 24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서는 그동안 548건의 연구 성과가 도출됐다.

사례집에 뽑힌 연구 성과의 일부를 소개한다.

◇ 주 4회 이상 코골이, 대사증후군 위험 2배↑

전남대(의대 신인호), 원광대(의대 이영훈) 연구팀은 농촌 지역사회 참여자 중 심혈관 질환과 뇌혈관 질환으로 진단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 7천38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코골이의 빈도가 높아질수록 대사증후군이 2배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경향은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간호대 김진영)은 코골이가 고혈압 발생 위험도를 높이고 여성의 동맥경화와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지역사회기반 코호트의 40~69세 참가자 중 비만이나 고혈압이 없는 5천45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습관성 코골이군이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이 1.5배 높았다.

42~73세 남녀 중 당뇨나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는 사람을 제외한 3천129명을 습관적 코골이(주 4회 이상), 간헐적 코골이(가끔 코를 고는 사람), 코를 골지 않는 사람으로 나눈 뒤 4년 후 시점에서 경동맥의 내중막 두께 변화를 파악해봤더니 여성의 경우 습관성·간헐적 코골이 집단에서 경동맥 내중막 두께가 두꺼워졌다.

◇ 수면부족한 수면무호흡증 환자, 내장지방량 최대 4.4배↑

고려대 연구팀(의대 김남훈)은 수면시간이 부족한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내장지방량이 최대 4배 이상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역사회 코호트 8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시간 미만 짧게 자면서 수면 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은 7시간 이상 적당히 수면하면서 수면 무호흡증이 없는 사람보다 내장 지방량 증가 위험이 약 4.4배 증가됐다.

고려대 인간유전체연구소(이성희)는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수면 중 혈압이 상승되면 대뇌백질 변화 위험이 4.7배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역사회 코호트 참가자 중 7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대뇌백질의 변화는 뇌의 노화를 뜻한다.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그만큼 무증상 뇌경색의 위험이 크다는 의미다.

다른 고려대 연구팀(의대 김난희)이 지역사회 코호트 참가자 중 40세 이상 1천3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보면 비만하지 않은 수면 무호흡 환자 역시 당뇨병 및 전단계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외에도 하루 평균 5~7시간을 수면한다고 볼 때 5시간 미만 수면하는 여성은 고혈압 발생이 약 1.5배 높다는 연구 결과(고려대 의대 김세중)도 나왔다.

◇ 저녁형 인간, 남성은 당뇨 위험·여성은 대사증후군 위험 높아

고려대 연구팀(의대 유지희)은 수면의 질 저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 2010~2011년 지역사회 코호트 참가자 1천6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 인간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에 비해 남자의 경우 당뇨병 위험이 3배, 근육 감소증 위험이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저녁형 인간에서 대사증후군 위험이 2배 많았다.

흡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당뇨병 발생 위험이 컸고 이는 간접흡연자에게도 해당이 됐다.

아주대(의대 조남한), 분당 서울대병원(최성희) 연구팀은 4년간 계속된 코호트 반복조사 연구를 통해 비흡연자를 기준으로 과거 흡연자는 약 1.6배, 하루 20개비 미만의 현재흡연자는 2.1배, 하루 20-개비 이상의 현재흡연자는 약 2.4배 성인 당뇨병 발생 위험이 증가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천대(의대 고광필), 질병관리본부(김성수) 연구팀은 40~69세 참여자 중 비흡연자·비당뇨병 환자 4천2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간접흡연에 노출된 적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이 1.4배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외에도 콩류 섭취가 많은 여성의 당뇨병 위험이 42% 감소(가천대)하고, 임신중독증 진단을 받은 여성이 중년 이후 대사증후군 위험이 1.23배 증가(서울대 의대)한다는 연구도 소개됐다.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