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극한 산행, 넘어야 할 산은 ‘건강’

ㆍ영화·드라마 속의 건강학…‘히말라야’ 휴먼 원정대가 맞서 싸운 질병
영화 는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다 조난당해 생을 마감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찾기 위한 ‘휴먼 원정대’의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강추위와 눈보라가 몰아치는 극한상황에서대원들은 여러 가지 신체적인 손상과 부상을 입는다. 지난 18일 눈 덮인 설악산을 무리하게 오르다 등산객 9명이 조난당해 한 명이 저체온증으로 숨지고 6명이 심한 동상에 걸리기도 했다. 혹한과 폭설로 위험도가 높아진 겨울 산행에는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영화 의 한 장면. 눈 덮인 고산을 오르던 한 등반대원이
뒤따라오는 동료들에게 큰소리로 조심하라고 말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 영하 날씨 피부 어는 동창

추운 날씨에 피부가 오래 노출되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코나 귀 끝의 색깔이 변하고, 실내로 들어오면 열이 화끈 오르면서 쓰라리고 가렵다. 동창(凍瘡)이다. 40도 정도의 따뜻한 물에 담가 천천히 녹인다.

가렵다고 문지르면 언 피부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물집이 생기면 터트리지 말고 전문의 진단을 받는다. 동상은 저온에 노출된 피부조직이 얼어버리면서 피가 통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동상을 방치하면 피부가 괴사되어 절단해야 한다. 발가락 동상일 때는 무리하게 걸으면 안된다.

■ 발목 염좌·골절

발목 염좌는 복숭아뼈 주위 인대가 늘어나거나 찢어지는 부상이다.

접질린 부위에 장기간 멍이 가라앉지 않거나 발등과 발목이 퉁퉁 부어 걸을 때 지장이 있다면 발목 염좌일 가능성이 크다. 발목 염좌를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발목 인대가 약해지고 점점 헐거워진다. 상습적으로 발목이 꺾이는 발목불안정증이 생길 수 있다.

심하게 발목이 꺾이면 골절이 발생해 대개 쇠를 박아 넣는 대수술이 필요하다. 체중이 많이 나가거나 평소 발목이 약한 사람들은 발목 염좌를 늘 조심해야 한다.

■ 눈밭 위 아찔한 설맹

하얀 눈길과 빙판길은 자외선의 80%를 반사해 자외선에 이중으로 노출된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자외선 반사가 강해진다. 눈이 강한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면 각막에 화상을 입어 설맹(雪盲·Snow blindness)이 발생할 수 있다.

설맹에 걸리면 눈이 뻑뻑하고 이물감이 느껴지며 부종과 함께 심한 통증이 생긴다. 눈이 빨갛게 충혈되며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고 눈물이 흐른다. 설맹 증상이 가볍다면 햇빛을 피하고 냉찜질을 해준다. 스키장이나 눈이 쌓인 산에서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나 고글을 착용해 설맹을 예방해야 한다.

■ 덜덜 떨리는 저체온증

추위를 느끼게 되면 체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살갗에 있는 핏줄이 오므라들고 몸이 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저체온증의 초기 증상이다. 체온이 32~33도 아래로 내려가게 되면 불안, 어지럼증, 현기증이 일어나고 판단력이 흐려진다.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 혈액순환 장애와 더불어 심장 기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급작스러운 부정맥이 와서 자칫 심장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

몸이 계속 덜덜 떨리고, 맥박과 호흡이 느리고 약해지며, 졸리는 증상과 함께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말이 어눌해지면 빨리 구조대에 연락해 병원으로 가야 한다. 갑자기 몸을 뜨겁게 하기보다 천천히 은근하게 녹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 무릎 부상 연골 손상

무릎이 얼고 불규칙적인 하중이 계속 가해지면 연골이나 인대 손상이 생길 수 있다. 하산할 땐 더 큰 충격이 가해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의 실제 인물인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등산할 때 스틱(지팡이)을 꼭 사용하고, 보호대를 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충격을 흡수해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산을 내려올 때는 체중이 무릎에 쏠리기 때문에 연골연화증에 걸리기 쉽다. 연골연화증은 퇴행성 관절염의 전조 증상으로, 연골이 탄성을 잃고 물렁해지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