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10명 중 6명은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News1
빚, 실직…자살자 가족 상당수가 경제적 궁핍, 생활고 비관
익숙한 장소에서 극단적 선택..가족들도 고통
(서울=뉴스1) 음상준 기자 = 저성장이 장기간 지속되는 가운데 빚이나 실직 같은 경제적 궁핍이 자살로 이어지는 직간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보건복지부의 ‘2015년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고인이 숨지기 3개월 전에 직업이 없는 비율이 전체 대상자 121명의 54.5%(66명)로 절반을 넘었다. 또 사망자의 73.6%(89명)가 직업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번 심리부검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자살로 숨진 121명의 유가족 151명을 조사한 결과다.
또 자살자 가족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의 경제적 어려움 형태는 복수응답 기준(100명)으로 빚문제가 49명으로 가장 많았다.이어 수입 감소 31명, 기타 11명, 지출 증가 5명, 파산 4명 순이었다. 부채가 생긴 사유는 생활비와 사업 실패가 각각 12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경제적 어려움이 개인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사회생활이 위축시켜 자살의 직간접적인 요소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 같은 경제적 어려움이 자살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자세한 분석을 내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유가족 개인과 접촉해 각 사례를 조사하다 보니 지금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이 국내에서 자살 문제를 의료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추가분석의 여지는 남겼다.
◇사망자 10명 중 8명 익숙한 장소에서 극단적 선택
한편 자살 사망자 10명 중 6명은 집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학교·직장과 지인 집을 합친 비율도 10명 중 2명꼴이었다.
자살자 10명 중 8명은 자신이 익숙한 장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자살 장소는 자택이 61.2%(121명 기준, 74명)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학교 또는 직장 11.6%(14명), 기타 9.1%(11명), 야산 또는 교외 8.3%(10명), 지인 집 6.6%(8명), 숙박업소 1.7%(2명) 순이었다.
사망자를 발견한 사람은 가족이 52.1%(63명)으로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경찰·119구급대 15.7%(19명), 모르는 사람 14.95(18명), 지인 13.2%(16명) 순으로 조사됐다.
사망 당시 술을 마신 비율은 39.7%(48명)이었으며, 조사 대상자의 42.1%(51명)가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 내용은 복수응답 기준으로 가족과 친구, 지인에게 개인적인 메시지를 남기는 비율이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36명을 분석한 자살시도 방법은 목 맴 22.2%(8명), 투신 16.7%(6명), 약물 13.9%(5명), 가스 음독 8.3%(3명) 순으로 파악됐다.
◇자살은 가족도 충격…유가족 불면, 우울증 호소
가족의 자살로 인해 유가족은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조사 대상자 151명 중 48명이 정서와 행동에 변화를 경험한 것이 단적인 예다.
수면 문제가 발생한 응답자도 37.1%(56명)나 됐다. 우울 정도는 26.5%(40명)이 매우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였다.
거의 매일 술을 마신다는 비율도 15.9%(24명)였다. 주 2~3회도 10.6%(16명)로 조사됐다.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1.3%(17명)에 불과했다. 유가족이 된 후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심리 지원 등 서비스를 받은 비율은 57.6%(87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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