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꽈당’… 누구도 예외없다 전해라

눈 내린 다음날 병원에서 가장 붐비는 곳이 정형외과다. 빙판길에서 넘어져 척추 뼈나 엉덩이 관절, 손목 관절이 부러지는 환자가 많아서다. 올 겨울은 크게 춥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눈이 자주 내리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빙판길’ 주의가 요구된다.

겨울철에는 스키나 스노보드, 산행 중 인대 및 근육이 손상돼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가 크게 늘기도 한다. 외상이 없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 원래 관절염이 있던 사람은 추운 날씨에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외출시간이 줄면서 몸 안의 비타민D가 감소해 골다공증이 생기기도 쉽다. 한파 속에서도 외상을 방지하고 뼈와 근육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아본다.

서울 아침기온이 영하 8도까지 떨어지며 한파가 계속된 지난 14일 시민들이 빙판길 위를 걸어가고 있다.
◆빙판길 손목, 엉덩이 골절 주의

손목 골절은 겨울철 가장 흔한 골절 중 하나다. 미끄러지면서 손을 바닥에 짚어 순간적으로 손목에 체중이 실리면서 골절이 발생하는데, 특히 골다공증이 있거나 골감소증이 있는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빈번하게 나타난다. 골절 정도와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4~6주 석고 고정으로 치료하거나 수술해야 한다. 관절면(관절을 형성하는 뼈와 뼈가 서로 접하는 면으로 연골로 덮여 있다)이 손상된 골절은 치료 후에도 관절운동 장애나 변형, 근력 약화 혹은 만성 통증 등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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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관절(고관절) 골절은 골다공증이 있고 반사신경이 둔해진 70대 이상의 노인층에서 주로 나타난다. 평상시 잘 걷지 못하거나 파킨슨씨병을 동반하는 환자가 많으며, 길이 미끄러운 겨울철 발생률이 더 높다. 고관절이 부러지면 걷지 못하고 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실려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걷지 못하거나 앉기도 어렵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 골절 부위와 환자의 나이, 활동 정도에 따라 부러진 뼈를 고정하거나 인공관절로 바꾸는 수술을 시행한다.

노인층의 고관절 골절이 무서운 이유는 보행에 제약을 받으면서 다른 병까지 얻기 쉽기 때문이다. 수술이 완벽하게 이뤄진 뒤에도 환자의 약 50% 정도는 보행능력이 떨어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수술 후 조기에 다시 보행을 시작하지 않고 누워 지내는 날이 길어지다 보면 근육이 감소하면서 몸이 급격히 쇠약해진다. 지병이 있는 경우 악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관절은 골절 후 1년 내 사망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20%에 달한다. 낙상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고관절 수술 뒤에는 재빠른 재활치료를 통해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격한 겨울스포츠, 부상 정도도 심각

젊은이들에게도 겨울철 외상은 남의 일이 아니다.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스포츠가 대중화되면서 스키장 사고 역시 매년 증가한다. 빠른 스피드를 즐기는 겨울스포츠는 충돌이나 넘어짐에 의한 근육 및 인대손상 정도도 더 크다. 가장 흔한 것은 무릎 관절 주변의 인대 손상이며 발목 주변의 염좌, 엉덩이 타박상도 흔하다. 충돌에 의한 어깨뼈 골절과 탈구, 엄지손가락 관절에 손상을 입는 ‘스키어의 엄지’(skier’s thumb)도 많다. 일단 다치면 바로 정형외과 전문의를 만나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얼굴 피부 외상과 얼굴 뼈, 치아외상 등 얼굴부상도 주의해야 한다. 심각할 경우 얼굴부위 감각 및 지각이상 장애, 시각장애, 치아통증, 교합이상, 턱관절장애 등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초보자라면 안면부 외상을 방지하기 위해 스포츠활동을 할 때 헬멧이나 마우스가드 같은 보호구를 착용해 사고와 그에 따른 부상을 방지해야 한다.

◆겨울철엔 낙상 없어도 관절염 악화

평상시 관절염으로 치료받고 있는 환자들은 넘어지지 않더라도 겨울철 뼈 건강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액순환이 둔해지고 활동이 줄어들면서 관절 부위의 근육과 인대가 굳어 평상시보다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이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데, 조기에 정형외과 전문의를 찾지 않고 버틴다면 결국에는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을 받게 될 수 있다.

겨울에 관절 통증이 심해져 활동하기 힘들어지면 검사를 통해 정확한 상태를 진단받는 것이 좋다.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등으로 조기에 퇴행을 막아야 관절염이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고 무릎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관절염을 예방하고 싶다면 평소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과체중은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체중을 줄이고, 추운 날은 찜질이나 반신욕 등으로 몸을 이완시켜 주는 것이 좋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이상학 교수는 “겨울철 외상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매일 스트레칭과 몸풀기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미끄러운 날에 외출해야 한다면 등산화를 신고, 주머니에 손을 넣지 말고 장갑을 껴야 한다. 노인은 지팡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낙상 예방을 위해 도움을 받으라”고 당부했다.

김희원 기자 a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