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저녁형 생활패턴을 가진 우울증 환자가 아침형 보다 자살 위험도가 2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승환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이 우울증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자살 위험성을 분석한 결과,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2배 이상 자살위험도가 높았다. 계절성 변화에 취약한 우울증 환자도 자살위험이 1.6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팀은 국내 표준화 설문을 통해 아침형과 저녁형 인간으로 분류하고 자살사고 위험 점수를 측정한 결과, 아침형 인간의 자살 위험도가 6인 반면, 저녁형 인간은 14.73으로 나타났다. 계절성 변화를 보인 우울증 환자의 자살 위험도가 16.23으로 비계절성(9.81)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저녁형 인간이 조울병 성향이 강해 충동적인 자살시도가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절성 우울증 환자의 경우 신체 리듬, 호르몬, 일조량, 기온 등과 같은 환경 변화가 생체리듬을 교란해 자살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저녁에 일찍 잠들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생활하는 아침형 생활패턴이 생체리듬을 정상을 돌려 우울한 기분을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저녁형, 계절성 우울증 환자를 파악해 진료현장에서 반영한다면 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우울증 환자의 자살 시도율은 10~15% 정도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정부와 학계가 힘을 합쳐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와 자살을 예견하는 특정 인자를 규명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는 국제기분장애학회 공식학술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