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 개성시대] 당신이 먹는 음식이 곧 당신이다

서울 마포구의 A베이커리에서 가장 잘 팔리는 빵 가운데 하나는 글루텐 프리 빵이다. 아몬드가루와 쌀가루, 건과일 등을 넣어 만든 이 빵은 1개에 6000원으로 비싸다. 그런데도 구워 나오는 족족 팔린다.

서울 홍대와 이태원 등에 자리 잡은 글루텐 프리 식당이나 채식 메뉴를 앞세운 식당은 문전성시다. 대형마트에선 글루텐 프리 꼬리표가 달린 과자나 면, 빵 등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마트는 25일 올해 3분기까지 글루텐 프리 제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고 밝혔다. 모두 건강을 우선순위에 두는 현대인의 욕구를 파고든 결과다.

‘ 먹는 일’이 문화가 되다

회사원 김연미(34·여)씨는 2년 전부터 채식(페스코)을 하면서 불면증이 사라졌다. 체중도 3㎏ 줄었다. 15년째 애완견을 키우는 김씨는 “동물의 권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을 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며 “단백질은 달걀이나 두부 등으로 보충하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도 없다. 몸이 가뿐해졌고 마음도 평화로워진 느낌”이라고 했다.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건강 식단’ 시장이 커지고 있다. 김씨처럼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없는데도 신념에 따라 새로운 식단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가 삶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로 떠오르면서 ‘나는 좀 다르다’는 인식이 행동을 하게 만들었다. 재료별로 다양한 요리법이 개발돼 알려지면서 ‘건강 식단은 맛이 없다’는 편견도 사라지고 있다.

정훈용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건강에 대한 관념과 함께 새로운 문화, 사회적 흐름을 따르려는 사람들이 식단을 바꾸고 있다”며 “이들은 자기 만족감을 느끼며 식단을 조절한다. 먹는 일이 문화가 되고 다양성이 생기면서 여러 식습관이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세계적 흐름 ‘건강 식단’

미국 뉴욕시는 매주 월요일을 ‘고기 먹지 않는 날(Meat Free Monday)’로 정해 실천하고 있다. 벨기에 헨트시와 독일 브레멘시도 1주일에 하루를 ‘채식의 날’로 지정했다. 서울시도 2013년 산하기관에 이어 지난해 관공서와 기업 집단급식소를 대상으로 ‘채식의 날’을 운영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특이 식단의 출발선은 ‘다이어트 열풍’이다. 할리우드 스타나 국내 유명 연예인의 다이어트 방법을 궁금해하던 사람들이 이들의 식습관에 주목하면서 각종 식단이 바람을 탔다.

2010년 초반에 유행했던 ‘레몬 디톡스’는 배우 기네스 팰트로와 앤젤리나 졸리, 가수 비욘세 등이 시상식의 레드카펫을 밟기 48시간 전부터 ‘레몬수’만 마시는 습관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었다. 가수 이효리, 배우 이하늬 등이 채식을 한다고 밝히면서 20, 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이들의 식단을 따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테니스 선수 노박 조코비치의 ‘글루텐 프리 식단’이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조코비치는 밀가루를 소화시키기 어려운 체질이라고 한다. 그는 5년 전부터 글루텐 프리 식단을 실천해 선수로서의 최전성기를 구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경원 이대 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으며 식단을 지속하는 사람이 많지만 다이어트만을 목표로 한다면 대부분은 ‘요요현상’을 경험한다”며 “영양소 결핍을 피하는 방식으로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