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저녁에 술을 마시면 숙면을 취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심지어는 마음이 안정을 찾지 못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때 마시는 술은 ‘약’이라며 술을 강권하는 이도 있다. 알코올이 몸속으로 들어가면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이완 효과를 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달리 알코올을 섭취하는 대다수 사람은 되레 수면의 질이 떨어지며 불면증을 호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강릉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오미경·박순엽 교수팀은 성인 393명(남 234명, 여 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알코올 섭취와 수면의 질에 대한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관련 논문을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결과를 보면 남성에서는 알코올 섭취량이 많을수록 수면이 불량했는데, 특히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로 짧아졌다. 수면이 지속적으로 유지가 안 되는 비율도 유의하게 높았다.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음주와 유의한 상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즉, 술을 마시면 금방 잠이 들고 숙면을 취할 것이라는 통념에 반하는 결과인 셈이다.
이는 알코올이 처음에는 잠시 깊은 잠을 유도하지만, 곧바로 렘(REM.Rapid Eye Movement) 수면을 억제하고 수면 후기에는 렘 수면 반동을 일으켜 전체적으로 수면의 질을 악화시킨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양상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렘 수면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눈을 빠르게 움직이는 급속 안구운동 상태에 이른 단계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는 근육이 이완돼 신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이 꿈을 꾸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는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알코올 섭취량에 비례해 증가하면서 수면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으로 관찰됐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한 시간에 5회 이상 발생하는 질환으로, 낮시간 기면증, 두통, 기억상실, 성격 변화, 우울증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그러나 알코올 섭취가 여성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를 보였다.
여성은 알코올 섭취량과 수면의 질이 큰 연관성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는 보편적으로 여성의 음주량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인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팀은 “여성은 경우 적은 양의 알코올은 수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술을 마신 다음날 주간 생활에 지장을 받았다는 응답이 남성보다 많은 특징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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