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모(30·여)씨는 지난 6월 온라인 정보를 보고 ‘레몬 디톡스’에 도전했다가 1주일 만에 포기했다. 속이 너무 쓰려 병원에 갔더니 위염이었다. 2주 정도 약물 치료도 받았다. 최씨는 “속이 더부룩하고 아파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식습관을 바꿔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건강 식단’에 관심이 높아지자 디톡스, 로푸드, 채식, 글루텐 프리나 슈가 프리 등에 대한 정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거나 맹목적으로 시도하면 되레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 상태, 생활방식에 맞는 식단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어 최씨처럼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식사대용으로 레몬이 들어간 물만 마시면 위염이나 위궤양에 걸리기 쉽다. 글루텐 프리 식단은 ‘셀리악병’을 앓는 사람에게 뚜렷한 의학적 효과를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건강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는 균형 잡힌 식단이 필수적이다. 특히 한 가지 음식만 먹는 ‘원 푸드’ 식이요법은 치명적일 수 있다.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는 강박증은 식재료에 집착하는 식이장애를 불러오기도 한다. ‘오소렉시아 너보사(Orthorexia Nervosa)’는 1997년 미국 콜로라도주 외과의사인 스티븐 브래트만 박사가 고안한 용어다. 칼로리와 식재료의 성분 등을 과도하게 따지면서 식단을 제어하려는 습관을 지칭한다. 오소렉시아 너보사는 마른 몸을 갖기 위해 먹고 마시는 것을 제한하는 거식증과 함께 현대인의 새로운 질병으로 꼽힌다. ‘먹는 것’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중요해지면서 생긴 부작용이다.
성미경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24일 “환자들에게는 일부 요소가 제한된 식단이 필요하겠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나 더 건강해질 것이란 착각 때문에 일반인이 식단을 바꾸는 것은 우리 몸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며 “굳이 따라하려 하기보다 다양한 영양소를 적당한 양으로 골고루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또 “특히 우리가 먹는 양의 절반은 탄수화물로 구성돼야 한다. 부정확한 정보를 따라해 탄수화물 섭취량을 맹목적으로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 당분을 적게 섭취하면 좋겠지만 짧은 기간에만 저당식을 한다면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어디서 정보를 얻어야 할까. 공인된 식품 정보를 바탕으로 각자에게 적합한 식단을 짤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안전 정보 포털(www.foodsafetykorea.go.kr)에는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성인과 노인, 임신부 등 생애주기별로 필수적인 영양소와 이에 따른 기준 식단, 저염·저당 식단과 식품에 대한 설명, 각 식재료의 영양성분 정보 등이 모여 있다. 한국영양학회, 대한영양사협회의 자료를 참고할 수도 있다.
김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