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겨울철 산행법 지난 17일 덕유산에서는 한 산악회 회원 27명이 폭설로 고립돼 1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하는 사고를 당했다. 겨울 산행은 외부 기온이 낮다 보니 열량 소비 측면에서는 효율적이지만, 예상치 않은 날씨 탓에 저체온증이나 동상 등에 걸릴 위험이 있다. 눈이나 얼음에 미끄러져 발목·무릎 등 관절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관련 전문의들의 도움말로 안전한 겨울 산행법과 부상을 당했을 때의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눈쌓이면 원근감 떨어져 길잃기 쉬워 추운 날씨 산속 헤매면 저체온증 우려 젖은 옷 체온 20배나 빠르게 빼앗아 발목 인대 손상 땐 단단한 부목 고정 길 잃었을 땐 되돌아오는 게 최선 등산은 심장 및 혈관 건강을 유지하거나 증진시키는 유산소 운동의 하나다. 몸무게 70㎏인 사람이 1시간 동안 산을 오르면 약 735㎉를 소비할 정도로 운동 효과가 크다. 하지만 기온이 낮은 상태에서의 겨울 산행은 다른 어느 계절보다도 많은 위험을 지닌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폭설과 혹한, 극심한 체력 소모로 나타나는 저체온증 등이다. 평소 익숙한 산이라도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있으면 길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눈이 쌓여 주변이 온통 흰색으로 덮이면 원근감이 없어져 공간 감각과 판단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으면 우선 있는 제자리에서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한 뒤, 주변의 지형 등을 잘 살펴 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이 최선책이다. 길을 잃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감지했을 때는 이미 정해진 등산로에서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을 때이므로,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이리저리 움직이면 체력 소모와 불안감을 더 가중시킬 뿐이다. 눈보라 치거나 안개가 짙거나 해가 진 뒤라면 적당한 비박 장소를 찾는 등 차선책을 강구해야 한다. 조난을 당했을 때에는 조명 기기를 사용해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거린다거나 소리를 외치는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알려야 한다. 당일 산행일지라도 비상시에 대비해 조명 기기, 예비의류, 비상식량, 방풍의 등을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젖은 옷 갈아입어야 저체온증 예방 겨울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면 탈진 상태와 추위가 겹쳐 일어나는 저체온증을 겪을 수 있다. 심하면 동사에 빠질 수 있고 구조된다고 해도 손·발 등에 심각한 동상이 생길 수 있다. 저체온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첫째, 젖은 옷은 갈아입는 것이다. 젖은 옷은 건조한 옷을 입고 있을 때보다 20배나 빠르게 체온을 빼앗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낮은 기온에 젖은 옷을 입은 채 저체온증이 나타나면 사망에 이르기까지 2~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마른 옷과 함께 열량이 높은 음식물인 초콜릿·사탕, 당분이 든 따뜻한 차 등도 저체온증을 막는 데 좋다. 저체온증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침낭에 함께 들어가 체온으로 온도를 높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얼음에 미끄러져 발목 염좌도 흔해 흔히 발목을 ‘삐었다’ 또는 ‘접질렸다’고 하는 발목 염좌는 울퉁불퉁한 길이나 계단 등에서 잘 생긴다. 다리에 균형을 잃으면서 발목이 돌아갔을 때 걷기 힘들어지고 발목이 부어오르는 것이 주요 증상이다. 이는 발목 인대의 일부 또는 전체가 늘어났거나 심한 경우 파열됐기 때문이다. 가벼운 발목 염좌는 따로 치료하지 않아도 저절로 낫는 경우도 많으나 등산을 다녀온 지 2~3일이 지났는데도 지속적으로 통증이 느껴진다면 진찰을 받아 보는 것이 좋다. 드물기는 하지만 뒤늦게 골절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인대가 손상된 경우라면 3~4주 동안은 석고부목고정을 하고, 인대가 파열된 상황이면 4~6주 동안 석고고정을 해야 한다. 발목 염좌를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다친 부위에 다시 부상을 입거나 만성적인 통증에 시달릴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 뼈가 부러지는 부상인 경우 먼저 손상 부위를 차갑게 유지하면서 부목을 대고 고정시켜야 한다. 나뭇가지나 두꺼운 종이 등을 부목으로 이용하고 손수건이나 옷 등으로 묶으면 된다. 부러진 부위가 외부로 드러난 개방 골절의 경우 노출된 부위를 통해 감염이 생길 우려가 있으므로 환부를 깨끗한 수건이나 거즈 등으로 덮고 부목으로 고정시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도움말: 김병성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성은 중앙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