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롭게 20만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한 해 7만여 명이 죽는 질병. 첨단 의료시대에도 여전히 정복되지 않고 있는 ‘암’이다. 대한암협회는 암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라 암 예방 및 치료의 권위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내년 4월이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대한암협회가 2015년 세모에 화두를 던졌다. 전 세계 공신력 있는 연구 논문을 검토해 암을 막는 데 꼭 필요한 10대 수칙을 만들어 계몽하고 있다. 대한암협회 김선한(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부회장은 “수칙만 잘 지켜도 암의 90% 정도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보다 홍보가 덜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2016년에는 암 예방 10대 수칙을 지키는 한 해로 삼으면 어떨까.
암 예방 10대 수칙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식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① 담배 피우지 않기 ② 채소와 과일을 매일 섭취하고 골고루 먹기 ③ 짜거나 탄 음식 먹지 않기 ④ 술은 하루 2잔 이내로 마시기가 1~4번째 수칙이다.
술 하루 두 잔 이상 마시면 암 위험 높아져
대한암협회 구범환(한사랑병원 유방외과) 회장은 “채소와 과일에 든 식이섬유와 파이토케미컬이 암을 예방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식이섬유는 발암물질을 희석시키고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단축시킨다. 파이토케미컬은 온몸의 세포를 활성화해 죽은 세포가 암으로 변하지 않게 막는다. 매끼 잡곡밥을 먹고, 나물 또는 샐러드를 반드시 한 종류 곁들이면 된다. 과일은 하루 1회 주먹 정도 크기로 섭취한다.
짠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것은 위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조경환 교수는 “짠 음식은 위점막 세포를 손상시킨다. 상처가 난 점막에는 발암물질이 쉽게 작용해 암 발생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탄 음식은 그 자체가 발암물질이다. 소화기관에 들어가 세포를 변형해 암을 일으킨다. 특히 숯불구이는 피해야 한다. 그을음(발암물질)이 그대로 고기에 달라붙는다. 햄·소시지는 아질산염이라는 1급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는데, 식도·위·간·폐암 위험을 높인다. 술은 간·식도·대장·유방암 위험을 높인다. 김 교수는 “술이 간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독성 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세포를 변형시킨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에서 암 발생을 일으키지 않는 술의 양은 남자는 하루 2잔, 여자는 1잔이다. 담배에는 살충제·아스팔트·페인트에도 포함된 유독성분이 7000종 이상 든 종합 발암물질이다. 폐·위·자궁경부·췌장암 위험을 5~10배 이상 올린다.
복부비만 땐 암 촉진 호르몬 나와
운동은 암을 예방하는 강력한 ‘예방백신’이다. 대한암협회는 다섯째 건강수칙으로 ‘하루 30분, 주 5회 이상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기’를 선정했다. 김 교수는 “운동을 하면 장 운동이 촉진돼 대장암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이 밖으로 빨리 배출된다”고 말했다. 에스트로겐의 부정적 작용도 막아 유방암을 예방하는 작용도 한다. 인슐린 유사 성장 인자의 순환 농도를 줄여 다른 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단, 하루 20~3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비만인 사람은 암 촉진 호르몬이 나오기 때문에 적정 체중을 유지(여섯째 수칙)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 교수는 “마른 체형이라도 복부만 볼록 튀어나왔다면 여기서 암 촉진 호르몬이 나올 수 있다. 뱃살이 찌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전한 성생활(여덟째 수칙)은 자궁경부암을 막는다. 자궁경부암은 90%가 성 접촉을 통한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한다. 여러 이성과 성생활을 하지 않도록 한다. 남성도 이 바이러스로 음경암에 걸릴 수 있다.
유해물질 취급 근로자 샤워 후 귀가해야
석면·벤젠·유리를 다루는 근로자는 호흡기계 암을 주의한다.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일한다. 또 작업복은 현장에서 벗고, 샤워 후 집에 와야 한다(아홉째 수칙). 머리카락과 옷에 남은 발암 분진이 집 식구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마지막 열째 수칙은 정기검진과 예방접종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예방접종을 통해 간암과 자궁경부암을 막을 수 있다. 특히 1987년 이전에는 신생아 B형간염 예방접종이 필수가 되기 전이었다. 이전에 태어난 사람은 검사 후 예방접종을 받는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은 성 경험 이전에 맞는 게 좋다.
검진은 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한 것이다.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신상원 교수는 “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크게 올라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기 검진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30대부터 2년에 한 번, 위·유방·간암은 40대부터 2년에 한 번(간암은 1년마다), 대장암은 50대 이후부터 1년에 한 번 검진을 받는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좀 더 검진받을 필요가 있다. 단 너무 자주 받는 것은 방사선 피폭 등의 우려가 있으므로 권고안대로 검진받는게 좋다.
◆대한암협회=암 퇴치 사업으로 국민 보건·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1966년 사단법인으로 설립됐다. 초대 회장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며, 의학·언론계 등 암 예방에 뜻이 있는 다양한 인사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암 예방 강연회, 어린이 흡연 예방교육, 암환자 식생활 지침 연구, 항암 식탁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암 예방에 힘쓰고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