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알레르기’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특정 식품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이상반응 중 면역반응에 의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소아·청소년의 약 4∼10%, 성인의 약 1∼2%가 식품 알레르기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품알레르기 증가의 원인으로는 서구화한 식습관, 미세먼지 증가를 비롯한 환경적 요인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다만 가정, 학교, 어린이집, 식당 등에서 식품알레르기 반응 특히 ‘쇼크’ 등 중증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자주 발생하면서 사회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이수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식품알레르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어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두드러기에서 쇼크까지 다양한 증상
식품알레르기에는 식품에 노출 된 후 수분에서 수시간 이내에 증상이 생기는 즉시형 반응과 반나절 이후 증상이 유발되는 지연형 반응이 있다. 알레르기 항체에 의해 발생하는 즉시형 반응은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 식품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 경우 병원에서 알레르기 피부시험이나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 식품을 확인할 수 있다.
식품알레르기 증상은 경증부터 중증까지 다양하게 나타난다. 급성 두드러기, 눈이나 입술이 부어오르는 혈관부종 등 피부 증상이 가장 흔하다. 심한 구토·복통·급성 설사를 비롯한 위장관 증상, 기침·쌕쌕거림·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도 많다.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후두 부종·기절을 비롯한 신경계 증상, 저혈압, 아나필락시스(알레르기 쇼크) 등 응급치료가 필요한 증상도 비교적 흔하다. 최근에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가 급증하고 있다.
식품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식품으로는 우유, 계란, 밀, 메밀, 콩, 땅콩, 견과류(호두 아몬드 캐슈넛 잣 등), 갑각류(새우 게 바닷가제 등), 과일, 생선 등이 꼽힌다. 대한소아알레르기호흡기학회의 식품알레르기 연구회의 조사 결과 국내 소아·청소년 아나필락시스의 가장 흔한 원인 식품은 우유, 계란, 호두, 땅콩, 밀, 메밀 등으로 확인됐다.
식품알레르기 환자의 절반 이상은 한 가지 종류의 식품에만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지만 2∼6가지 식품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있다. 환자가 동일한 식품에 노출되었다고 해도 섭취한 양, 조리형태, 환자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식품알레르기는 주로 원인 식품 섭취로 발생하지만, 일부 환자는 피부 접촉이나 호흡기를 통한 접촉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밀가루 알레르기 환자가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놀거나, 새우 알레르기 환자가 새우를 조리할 때 발생하는 김을 쐰 뒤 증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선의 예방은 원인식품 제한
식품알레르기 치료는 크게 확인된 원인 식품 제한, 급성증상 약물치료, 재발 방지 환자 교육으로 나뉜다. 현재로서는 원인 식품을 철저히 제한하는 것이 해당 식품알레르기가 자연소실될 때까지 증상 재발을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원인 식품을 제한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원인 식품이 주재료인 식품은 물론, 아주 소량이라도 포함된 모든 식품(과자에 포함된 소량의 우유, 계란 등), 교차반응을 나타내는 기타 식품들(호두와 기타 견과류, 우유와 산양유 등)도 함께 철저히 제한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품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증상과 연관이 있는 원인 식품을 전문의의 진료를 통해 정확히 확인하고, 어떤 식품을 어떤 수준으로 제한해야 하는지 교육 받아 생활 속에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만일 원인 식품에 노출돼 증상이 발생했다면 전문의를 찾아 개별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특히 아나필락시스 증상이 나타나면 최대한 빨리 에피네프린을 근육주사해야 한다. 몸무게 15㎏ 이상의 소아·청소년은 자가주사용 에피네프린을 처방받아 소지하는 것이 권고된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하면 자가 주사한 후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2004년부터 포장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식품 표시제가 법제화돼 시행되고 있다. 현재 법적 표시 대상 식품은 난류(가금류), 우유, 메밀, 땅콩, 콩, 밀, 고등어, 게,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새우, 아황산염 등 총 13종이며 추후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이수영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식당, 제과점,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비포장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성분 표시제는 법제화되어 있지 않으므로 환자 자신이 능동적으로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주대 소아청소년과는 18일 식품알레르기 환자와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식품알레르기 예방 관리 교육’ 공개 강좌를 연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