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함께 한 부부는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도도 닮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편에게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가 있으면, 아내에게도 같은 위험인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식 교수팀은 지난 2009~2011년까지 전국 22개 종합병원에 내원한 40～75세 부부 520쌍을 대상으로 ‘심혈관 위험인자에 대한 배우자의 일치성 연구’ 진행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심혈관질환 위험인자인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한쪽 배우자에게 있으면, 다른 배우자에게 같은 위험인자가 있을 위험도가 둘 다 위험인자가 없을 때에 비해 각각 2.5배, 2배로 증가했다.

또한 한쪽 배우자에게 우울증과 비만이 있을 경우, 다른 배우자에게 동일한 위험인자가 있을 위험도는 각각 3.8배, 1.7배로 파악됐다.

부부의 비슷한 생활습관과 식습관이 질병 발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특히 한쪽 배우자가 아침 식사를 거르면, 다른 배우자도 함께 식사를 거를 위험도가 7배로 나타났다.

불규칙한 식생활을 할 위험도도 마찬가지였다. 한쪽 배우자의 식생활이 불규칙하면, 다른 배우자의 식생활이 불규칙할 위험도는 3.8배였다. 운동부족의 경우도 운동을 하지 않을 위험이 2.4배였다.

김영식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생활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며 “이번 연구는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중·노년 부부에게서 심혈관 위험인자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밝혀낸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부간 위험요인이 일치하는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결혼 초기라면 사회경제적 환경과 생활습관이 비슷한 남녀가 결혼하기 때문이고, 결혼 중기 이후라면 결혼 후 같은 환경에서 함께 생활하며 생활습관을 서로 닮아가기 때문”이라며 “이번 연구대상은 40～75세 연령층이므로 후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우울증 등으로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갈 때, 배우자도 함께 가서 같은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를 할 때에도 약물요법 외에 운동과 식이요법은 부부가 함께 실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대한임상건강증진학회 2015년도 추계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