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비만 한국인 위한 지침] “매일 밥 한 공기 덜 먹고 1시간 이상 걸어라”

건보공단 제시 ‘살 빼는 법’ 알아보니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여기를 클릭하세요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고서의 ‘한국 비만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은 체중의 5∼10%를 3∼6개월에 걸쳐 감량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제시했다. 한 번에 무리해 살을 빼는 것보다 운동과 신체활동을 통해 에너지 소모를 늘리는 습관을 기르라는 얘기다.

◇밥 한 공기 덜 먹고 한 시간 걸으면 한 달에 1.3㎏ 빠진다=예컨대 키 170㎝에 몸무게가 80㎏이면서 1주일에 2차례 회식을 하는 39세 사무직 남성이 살을 빼려 한다면 3개월이나 6개월을 목표 체중에 이르는 기간으로 잡아야 한다. 감량 목표도 체중의 10%인 8㎏ 정도로 정하는 게 좋다. 성공할 경우 현재 27.7인 그의 체질량지수(BMI)는 비만과 과체중의 경계인 25.0으로 줄게 된다.

6개월간 8㎏을 빼기로 했다면 한 달에 1.3㎏ 체지방을 감량해야 한다. 열량으로는 1만267㎉에 해당하는 양이다. 매일 운동으로 300㎉를 소비하고 음식에서 300㎉를 덜 섭취해야 한다. 그러려면 매일 밥 한 공기(300㎉)를 덜 먹고 1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건보공단 비만 보고서의 ‘운동 지침’은 몸무게 70㎏ 여성이 1개월 동안 체지방을 1㎏ 빼기 위한 헬스클럽 운동 프로그램도 제시했다. 걷기는 21분씩 주당 5회를 하고 조깅은 6분씩 3회, 자전거는 10분씩 5회, 스테퍼는 8분씩 5회를 해야 한다. 근력운동은 최대 근력의 60∼70% 강도로 주당 3회를 해야 한다.

◇고강도 운동은 도움 안돼=운동 지침이 강조하는 건 결코 무리하게 운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강도나 중강도 운동이 체지방 감소에 가장 도움이 된다. 고강도 운동은 관절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체지방 연소에도 도움이 안 된다. 특히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인 사람은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침은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운동 종류로는 걷기, 자전거,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체지방을 연소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적절한 근육운동도 병행하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을 한번에 장시간 하기 어려울 경우 최소 10분씩 나눠 여러 차례 해도 효과가 있다.

축구, 농구, 배드민턴 등 스포츠 활동도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 몸무게 70㎏인 사람이 밥 3분의 1 공기에 해당하는 100㎉를 빼는 데 필요한 시간은 축구 시합 8분, 농구 10분, 배드민턴 12분, 골프 16분 등이다. 걷기로 살을 뺄 때 권장되는 최소 주당 운동 시간은 150분이다. 확실한 효과를 보려면 매주 250분 이상 걸어야 한다.

◇“청소년 비만 및 초고도비만 관리해야”=건보공단 보고서는 국내 젊은 연령층에서 고도비만 인구가 크게 늘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건보공단의 2002∼2013년 일반건강검진 빅데이터 8700여만건 분석 결과 30∼39세의 고도비만 비율은 2002∼2003년 2.82%에서 2012∼2013년 5.47%로 증가했다. 19∼29세도 2.07%에서 4.21%로 배 이상 늘었다. 고도비만 증가는 남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2013년 기준 30∼39세 남성의 고도비만 비율은 6.74%나 됐다. 초고도비만 비율도 젊은 남성에게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오상우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24일 “청소년 비만이 늘고 있는 점이 젊은층에서 고도비만이 증가한 중요한 원인”이라며 “청소년 때부터 비만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소년기 고열량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 등으로 비만이 유발돼 30대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가난할수록 뚱뚱하다’는 사실도 재확인됐다. 소득분위별로 의료급여 대상은 고도비만 비율이 6.68%인 반면 상위 10% 계층은 절반 이하인 3.1%였다. 저소득층에서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고도비만 비율이 더 높았다. 보고서는 청소년 및 저소득층 비만과 초고도비만을 적극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초고도비만은 사실상 개인이 통제하기 힘든 질병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수술 등 치료에 비싼 비용이 든다”면서 “비만 관리에 관한 투자를 늘리는 등 다양한 정책적 접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