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양천구 다나현대의원에서 대거 발생한 C형간염 바이러스 감염 환자가 전국적으로도 증가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검진 항목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C형간염이 국민 건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 기모란 교수팀이 전국의 병·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C형간염 환자(20세 이상)의 진료기록 8년치(2005∼2012년)를 분석한 결과 2012년 C형간염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7만3502명(유병률 0.18%)으로 2005년(5만2515명·유병률 0.14%)보다 2만987명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16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시·도, 세종시 제외) 중 C형간염 유병률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0.35%)이고, 전남(0.29%), 경남(0.25%)이 그 뒤를 이었다. 광역 지자체 중 유병률이 최저인 곳은 충남(0.06%)으로 부산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서울(0.19%)·경기(0.12%)·인천(0.17%) 등 수도권은 전국 평균과 비슷하거나 낮았다. 기초지자체 중에서는 전남 진도(0.97%)가 전국에서 유병률이 가장 높았다.
기 교수는 “부산의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이유는 과거 C형간염이 일본에서 부산으로 전파됐다는 얘기가 있었고, 마약 투약 과정에서 오염된 주사기 사용이 C형간염의 감염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있는데 부산의 마약 투약률이 높은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 진도·신안 등 해안·도서 지역의 C형간염 유병률이 높은 것은 과거 이 지역 노인들을 상대로 침술·치아치료가 비위생적으로 이뤄졌던 것과 상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 교수는 “대다수 사람들이 C형간염에 감염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건보공단이 파악한 수치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있을 것”이라며 “증상이 경미하고 심각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건강검진 항목에도 포함되지 않고 있는데 간암이나 만성간경변으로 발전할 수 있는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다나현대의원에서 발생한 C형간염 집단 감염사태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오후 서울 양천구 보건소에서 감염관리 전문가와 함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