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내시경 시 프로포폴 과다 투여되면 호흡정지
마취는 치명적인 의료사고의 ‘숨은 배후’로 심심찮게 지목 받으면서 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환자가 수술 전 마취 시술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수면 위 내시경은 건강검진 시 다반사로 행해지고 있다. 고통 없이 한 숨 푹 자고 나면 검사가 끝나므로 환자들 선호도가 높다.
하지만 2013년 한 건강한 40대 남성이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이 검사를 받던 도중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마취에 대한 경각심이 새삼 높아졌다. 치명적인 의료사고의 숨은 배후로 종종 손가락질 받는 베일 속 의료행위. 과연 우리는 ‘마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마취 상태에서 우리 몸은 의식과 감각이 차단된다. 근육 마비도 오고 자율신경계의 반사작용도 없다. 2013년 수면 위 내시경 도중 사망한 40대 남성은 프로포폴 투여 후 수면마취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면유도가 잘 되지 않아 추가로 프로포폴을 투여 받았는데, 수면 무호흡 증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프로포폴이 과다 투여되면 수면이 깊어짐에 따라 호흡이 정지될 수 있다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경고한다. 홍성진 여의도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프로포폴에 대해 “검사나 수술 시 뇌 활동을 억제하는 수면마취제”라면서 “진통효과는 없지만 과다 투여되면 수면이 깊어져 숨을 쉬지 못해 최악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평소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은 수면마취를 삼가야 한다”고 했다.
이전 상태로 돌려놔야 제대로 된 마취
팔, 다리 등 신체 일부만 마취하는 부위마취는 전신마취보다 위험성이 적다고 알려져 있지만 자칫 많은 양이 혈관으로 투여되면 혈중농도가 높아져 경련, 발작이나 심장 멈춤을 유발할 수 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국소마취제라도 혈관에 들어가게 되면 의식이 사라지거나 심장이 정지될 수 있으므로 마취 시 환자 상태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신마취는 우리 몸의 생명현상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오롯이 맡기는 과정이다. 의식과 호흡이 없어지고, 수술 중에 발생하는 출혈이나 통증에 대한 자율신경계의 반응이 모두 전문의 손의 여하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수면마취, 국소마취보다 오히려 전신마취가 안전하다고 말한다. 전신마취는 인공호흡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면마취 중에 발생하는 무호흡을 피할 수 있고 국소마취제의 부작용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장비를 통해 환자상태를 점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술 중 대량출혈 등 응급상황이 발생 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즉시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풍부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라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환자들도 있다. 이들은 폐, 신장, 심장 등이 좋지 않은 만성질환자들로, 전신마취 시 인공호흡이 원활치 않아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이재준 한림대춘천성심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만성질환자, 노인환자들은 정상적으로 마취를 해도 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환자상태에 따라 마취제와 마취 깊이, 인공호흡 방법 등을 잘 선택해서 맞춤형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홍 교수는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추고 있더라도 기계에 의존해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하다 보면 예상치 않던 의료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수면마취의 경우 환자가 제대로 호흡을 하는지 면밀히 살펴야 하며, 전신마취 시에는 환자의 상태에 맞게 인공호흡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술실에서 무사히 수술을 마쳤더라도 마취의 과정이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환자가 수술 이전 상태로 돌아오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인 회복단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마취의 끝은 수술이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환자가 회복실에서 마취 전 상태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마취로 차단된 호흡과 이완된 근육이 회복돼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예기치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수술 후 출혈이나 과민반응, 오심, 구토 등 수술 후 초기 합병증의 가능성에 대한 감시와 대처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들의 몫이다.
인간의 생명 유지를 위한 핵심 기능을 통제하는 고난도 의료행위인 마취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사람마다 각기 다른 개인차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 관계자는 “마취에 대한 공포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누가 마취를 하는지, 마취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마취 하면 어떤 현상이 발생하는지 등을 알 필요가 있다”며 “만성질환을 가졌거나 과거 마취 부작용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경우 반드시 마취 전 이를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