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다 나았는데… 환자 30%는 ‘후유증’ 겪는다

한희준 헬스조선 기자 편집=뉴스큐레이션팀
자영업을 하는 이모(40·서울 용산구)씨는 지난달 초 코감기에 걸렸다. 1주일 정도 지난 뒤 다른 증세는 다 나았는데,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 다른 때보다 피로감도 심했다. 몸에 큰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의사는 “감기 후유증으로 후비루증후군이 왔고, 감기 때문에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피로감도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는 감기에도 후유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감기보다 무서운 후유증… 폐렴·중이염 올 수도 감기 환자의 20~30%가 감기 후유증을 겪는다. 콧물이 목으로 넘어가 기침을 유발하는 후비루증후군은 대표적인 감기 후유증이다. / 사진=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비교적 가벼운 질환으로 여겨지는 감기에도 후유증이 있다. 감기를 앓은 뒤 전에 없던 신체 증상이 생겼다면 감기로 인해 생긴 후유증일 수 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감기 환자의 20~ 30%가 다양한 감기 후유증을 앓는다”며 “가벼운 병이라고 소홀히 관리하면 안 되고, 감기에 걸렸을 때부터 증상 관리를 잘 해야 후유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세균 탓, 염증질환 생겨

감기에 걸리면 염증질환이 잘 생긴다. 유병욱 교수는 “감기 바이러스가 이관(耳管)을 통해 귀로 들어가면 중이염, 혈관을 타고 돌다가 미세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면 혈관염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런 질환은 주로 어린 아이에게서 잘 나타난다. 중이염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청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감기 후 귀에서 진물이 나거나 귀가 아프면 검사를 받는 게 좋다. 혈관염 증상은 주로 하체의 피부 발진으로 나타난다. 수 주 안에 낫지만, 가려움증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바이러스·세균, 온몸 돌아
중이염·혈관염에 폐렴까지

비교적 심각한 염증질환이 올 수도 있다. 감기 때 면역력이 떨어진 틈을 타 기도에 머물던 연쇄구균이 혈액을 통해 퍼지면 심장판막증, 관절염, 사구체신염, 폐렴 등으로 이어진다. 열이 나거나, 다리가 붓거나, 소변이 진한 갈색으로 나오거나, 관절통이 생긴다. 심하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항생제·스테로이드제 등을 써서 염증이 퍼지기 전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

◇감기 때 콧물 많아져 만성 기침

감기 후 지속되는 기침도 대표적인 감기 후유증이다. 감기가 다 나은 후에도 기침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콧물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공격 탓에 코 점막이 약해지면 콧물이 과다 생성되고, 그 콧물이 후두(목구멍의 입구)점막을 자극해 기침이 유발된다. 유병욱 교수는 “감기 후에 콧물이 목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증후군, 축농증 등이 가장 흔하게 생긴다”며 “이런 질환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기침 때문에 점막이 점점 더 약해져 기침이 심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감기를 앓고 난 후 기침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원인을 파악하고, 항생제·스테로이드제 등을 써서 빨리 병을 고쳐야 한다.

콧물 탓 기침… 축농증 생겨
면역력 키워야 피로감 줄어

◇이유 없는 피로감도 감기 후유증

이유 없이 피곤하거나 한 달 정도 감기가 지속되는 것도 감기 후유증의 하나다. 이는 면역력이 떨어진 게 원인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게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감기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와 있는 1~2주 동안 면역세포는 힘을 많이 쓴다. 이로 인해 감기가 다 나은 후에도 1주일 정도는 몸속 에너지가 부족해 피로감을 잘 느낀다. 그 사이에 새로운 감기 바이러스가 침입해 또다시 감기에 걸리기도 한다. 감기가 안 낫는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새로운 감기에 걸리는 것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이럴 때는 면역세포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충분히 숙면하고, 비타민B·C를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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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리노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 등이 감기 바이러스로 꼽힌다. 코·입·목 등 호흡기 점막에서 활동하면서 콧물·인후통·기침 등을 유발한다. 특별한 치료 없이도 1주일 정도 지나면 바이러스가 저절로 사라지지만, 충분한 휴식을 취하거나 수분·영양분 섭취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