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죽음’은 끝이 아닌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

ㆍ우리에겐 ‘웰다잉’할 권리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매년 7만3000여명의 암환자가 사망하고 말기암환자 80~90%가 통증으로 고통 받고 있지만 대다수가 적절한 통증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말기암환자에게 과도하고 부적절한 의료서비스가 반영되면서 환자와 가족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무의미한 연명치료로 인한 환자고통과 진료비부담을 낮춰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암관리법 개정 이후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를 마련, 임종을 앞둔 말기암환자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부족과 오해, 미흡한 인프라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이용률을 살펴보면 2011년 11.9%, 2013년 12.7%, 2014년 13.8%로 매년 늘고는 있지만 국내 암환자 수(2013년 기준 143만명)에 비해 이용률이 턱없이 낮다. 반면 미국에서는 환자의 44.6%가 이용할 만큼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국내이용률이 저조한 것은 국민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지 않아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국민인식도’ 조사 결과 완화의료를 알고 있다는 답변은 39.5%뿐이었다. 또 말기암환자 대다수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임종 전 필요없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호스피스완화의료를 권유해도 반발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완화의료는 최대한 오랫동안 환자가 높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돕는다는 의미이지만 말기암환자들은 치료포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윤영호 교수는 “임종 전보다 말기암 진단 후 바로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를 이용하면 생존기간도 길어지고 진료비용도 절감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말기암환자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거부감을 느낀다. 보통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해 있는 말기암환자들은 호스피스완화의료전문기관으로 옮겨지면 상급종합병원보다 질 낮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임종을 앞둔 말기암환자의 경우 치료도 치료지만 생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은 누구나 아름답게 생을 마감할 권리가 있는데도 국내 말기암환자 대다수가 항암치료로 인한 고통 끝에 생을 마감하는 실태를 지적한 것이다.

우리나라 죽음의 질 수준은 OECD국가 40개국 중 32위(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 2010)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많은 말기암환자들이 아름답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적절한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병상에서 임종을 맞고 있다”며 “개인의 행복이라는 차원에서도 죽음의 질 향상은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이후 1·2차 호스피스완화의료 시범사업을 통해 건강보험 급여화, 수가인상 등 인프라확대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왔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은 2008년 19곳 282병상에서 2011년 46곳 755병상, 2014년 57곳 950병상, 2015년 10월 기준 63곳 1022병상으로 매년 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인프라가 확대됐는데도 환자들이 호스피스완화의료서비스를 이용해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완화의료팀을 병원 내에 상주시켜 상급종합병원과 호스피스완화의료 전문기관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다. 말기암환자 대다수가 상주해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완화의료팀이 적극적으로 활동함으로써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해야한다는 설명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이창걸 이사장은 “아무리 많은 호스피스병동이 있어도 이용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며 “더 많은 환자들이 호스피스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완화의료팀이 중간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병원 내 완화의료팀 운영을 위해 최소한의 인건비를 지원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