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감당해야 할 수많은 임무 중 성교육은 유독 난감하고 불편하다. 그런데 최신 연구에 따르면 성교육은 반드시 부모가 맡아야 할 몫이다.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받은 아이일수록 섣부른 성관계를 경계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것이다.
부모의 마음은 모두 한결같다. 아이가 성 접촉을 매개로 한 병에 걸린다거나 임신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길 바란다.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실시하는 것이 바로 성교육이다. 그런데 성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부모, 그 중에서도 특히 엄마가 실시할 경우 교육성과가 특히 더 좋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교 로라 비트만 교수팀에 따르면 성에 관한 얘기를 나눈다는 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가 건강하고 안전한 이성교제를 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꼭 필요하다.
청소년 임신과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을 비롯한 성병은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고 일이 터지면 아이의 인생이 180도 바뀔 만큼 엄청난 파장이 일어난다. 그 만큼 예방교육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성교육은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 연구팀은 아이가 성욕이 왕성해지기 전 시작해야 한다고 보았다. 가족의 가치와 성관계 등에 대한 이해도도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10~13세가 성교육을 시작하기 적당한 시점이다.
비트만 교수는 “아이들의 건강과 관련된 주제인 흡연, 음주, 인터넷사용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처럼 성교육에 대해 얘기할 때도 좀 더 진솔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며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해도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은 피임법에 대해 교육하면 아이가 성적인 행동을 해도 되는 것으로 오인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하지만 연구팀은 그동안의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면 오히려 반대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부모로부터 성교육을 받은 아이일수록 성관계를 가질 확률이 낮았고, 혹시 관계로 이어진다 해도 피임법을 준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팀이 지난 30년간 진행된 선행연구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다. 이 연구 자료에는 청소년 2만5000명의 데이터가 들어있다.
부모의 성교육이 일으키는 긍정적인 효과는 아빠보다 엄마가 진행할 때 더욱 컸고, 아들보단 딸에게 더 효과가 있었다. 딸아이는 임신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성교육을 더욱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아이에게 딱딱한 강의를 하듯 이야기하기보다 감정을 공유하며 토론하듯 이야기하는 것이 보다 효과가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의학협회지 소아과학(JAMA Pediatrics)’ 11월 2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pomy80@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