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출혈 등 직장암 증상 비슷
유독 겨울이 되면 극성을 부리는 질환이 치질이다. 치질은 항문 근육의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해 생기는 질환 중 하나다. 그런데 날이 추워지면 실내의 의자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당연히 혈액순환에 장애가 나타난다. 게다가 연말 분위기 때문에 저녁 약속도 잦아지고, 음주에 육류 위주의 식사도 많이 하게 된다. 이 같은 식습관도 모두 치질을 유발하는 인자들이다.
치질에는 덩어리가 생기는 치핵, 항문 내벽이 찢어지는 치열, 항문 주위 고름이 차는 치루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중에서 치질로 치료받는 환자의 80%가 치핵 환자다. 치핵은 정맥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항문 안쪽 점막, 점막하 조직이 부풀어 오르거나 늘어져 빠져나오는 증상을 말한다. 내치핵과 외치핵이 있으며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내치핵의 경우 출혈과 함께 항문 안쪽의 조직 덩어리가 항문 밖으로 탈출되는 증상이 일반적이다. 증상의 경중에 따라 식사요법, 온수좌욕 등의 보존적 요법과 함께 좌제나 연고를 쓰기도 한다. 비수술적 외과 요법으로는 경화요법, 고무 결찰 요법 등이 있다. 절제술 등의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외치핵은 항문 입구 밖 피부로 덮인 부위에 생기며, 혈관 확장으로 인해 피부가 늘어지는 증상을 보인다. 내치핵과 달리 심한 통증과 항문 주위의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통증으로 일상생활에 장애가 오면 국소마취로 절제한다. 치핵은 특히 노인들에게 잘 생긴다. 치핵도 혈관질환인 만큼 나이가 들면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많이 생긴다.
치열은 항문 상피가 찢어지거나 궤양을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괄약근의 긴장도가 증가한 상태에서 배변 때 항문관이 충분히 열리지 않아 생긴다. 배변 때 심한 통증을 느끼고 배변 후에도 수분간, 심하면 1~2시간 통증이 지속된다. 소량의 선홍색 피도 묻어난다. 만성으로 진행하면 피부꼬리를 만든다. 급성 시에는 대개 온수좌욕만으로도 치료된다. 항문 연고도 쓴다. 수술적 요법은 만성인 경우 시행한다.
치루는 항문 주위에 발생한 염증으로부터 시작된다. 농양이 생기면 흔히 통증, 종창, 발열, 오한, 배뇨곤란 등이 나타난다. 발견 즉시 외과적으로 배농시켜야 하나 종종 저절로 터져 배농되기도 한다. 그러나 배농 후에 약 반수는 배농 부위가 아물지 않고 고름이 계속 흘러나오거나 혹은 일단 아물었다가 다시 농양이 생기고 구멍이 뚫리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이 단계를 치루라고 한다. 치루로 진단되면 절개술을 시행한다.
한편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질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나 치질 중 치루는 10년 이상 장기간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치핵이나 치열 등은 암이 되지 않는다. 다만 치질의 주 증상이 배변 시 불편감과 출혈이고 또한 이것들은 직장암에서 보이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보일 때에는 반드시 감별을 요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예방위한 배변·생활습관
항문혈관 확장시키는 자세 피해야
치핵은 항문 혈관이 확장되어서 생기는 병이다. 따라서 혈관이 확장되는 습관이나 자세를 피하는 것이 치핵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배변습관
1. 화장실에서 오래 앉아 있지 말자.
2. 너무 힘을 많이 주면서 변을 보지 말자.
3. 변이 너무 딱딱해지지 않도록 조심하자.
4.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해 쾌변을 볼 수 있도록 하자.
△ 생활습관
1. 쪼그리고 앉거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 것은 피하자.
2. 과음을 하지 말자.
3. 무거운 것을 들거나 가파른 산에 오르면 악화될 수 있다.
자료 = 대한대장항문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