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60㎝ 못 걷는 노인, 낙상 위험 높다

국내 노인 8990명 대상 연구
하체 근육 퇴화·만성질환 탓
운동하고 위험 요소 없애야
걷다가 갑자기 넘어지는 낙상(落傷)은 노인 건강을 위협하는 주요 원인이다. 노인의 고관절(골반과 넙다리뼈를 잇는 관절), 손목, 골반 골절의 상당수가 낙상으로 인해 생긴다. 노인이 자신의 낙상 위험도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걷는 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는 “하체 근력이 약하거나, 만성질환이 있는 낙상 고위험군(群)은 걸음 걸이가 늦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본인이 낙상 고위험군이라는 것을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낙상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보행 속도는 본인이 낙상 고위험군인지 알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다. 시작 지점에서 일직선으로 4m 떨어진 지점을 표시한 후, 평소 보행 속도로 몇 초 만에 걷는지 재면 알 수 있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65세 이상, 보행 속도 0.6㎧ 이하면 낙상 위험

보행 속도는 낙상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주요 지표다. 하체의 힘이 약해 보행 속도가 느려지면 넘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하체 근육이 퇴화해 보행 속도가 느려진다. 노화 외에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몸속 염증이 근육 생성을 방해하므로, 하체 근육이 잘 만들어지지 않아 보행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하지만 보행 속도가 느려졌다고 해서 무조건 낙상 위험이 큰 것은 아니다. 원장원 교수는 “건강상으로 문제가 없는 65세 이상 노인의 보행 속도는 1.0㎧ 이상”이라며 “외국에서는 0.8㎧ 이하일 때 낙상 위험군으로 판단하지만, 국내에서는 노인 8990명을 분석했더니 서양인보다 기본 보행 속도가 느려 0.6㎧ 이하일 때 낙상 위험군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4m 몇 초에 걷는지 재보면 보행 속도 알 수 있어

보행 속도는 집에서 측정할 수 있다. 우선 시작점을 설정한 뒤 일직선으로 4m 떨어진 지점에 도착점을 표시하고, 평소 걷는 속도로 시작점에서 발을 떼는 순간부터 마지막 발이 도착점에 닿을 때까지의 시간을 측정한다. 걸음 속도가 0.6㎧인 사람의 경우, 4m를 걸으면 7초가 걸린다. 원장원 교수는 “4m를 표시할 곳이 마땅치 않으면 2.5m를 걸어서 시간을 측정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보행 속도가 0.6㎧인 사람이 2.5m를 걸으면 4초 정도 걸린다.

지난 13일 대한노인회와 대한노인재활의학회는 노인의 날을 맞아 낙상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낙상 예방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규칙적인 운동 프로그램 시작하기 ▲의사·약사에게 1년에 한 번씩 복용하고 있는 약 검사 받기 ▲1년에 한 번씩 시력검사 하기 ▲집안의 위험 요소 제거하기다.

[김련옥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