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속 염증 물질, 간염 유발…
간염 오래 지속되면 암으로
절주·체중 감량 바로 실천해야
바이러스성 간염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지방간’이다. 지방간은 간이 굳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악화될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대한간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약 33%가 지방간 환자일 정도로 흔하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장자준 교수(대한간학회 회장)는 “간에는 지방이 많이 껴도 증상이 없어 건강 검진을 받기 전까지 자신이 지방간 환자인지 모르고, 진단받아도 관리를 안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방간은 그냥 두면 암이 된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간, 간경변증·암(癌)까지 유발
지방간은 관리하지 않으면 지방간염,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한간학회 자료에 따르면 지방간의 10~20%가 지방간염으로 악화, 이중 10%는 간경변증으로 이어진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김동준 교수는 “간경변증이 10년 지속되면 25%는 암이 된다”고 말했다.
지방간은 어떻게 간암까지 이어질까? 간에 쌓인 지방에서 나오는 사이토카인이라는 물질이 문제의 발단이다. 사이토카인은 간세포를 손상시켜 염증을 만든다. 차움 소화기내과 김인숙 교수는 “간에 축적된 지방세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크기가 커지는데, 커진 지방덩어리가 주변 간 조직을 눌러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방간염이 지속돼 간세포가 파괴·재생되는 과정이 반복되면 간이 딱딱해지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김 교수는 “간경변증이 생기면 간 기능이 떨어져 손상된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사라지지 못해 쌓이면서 결국 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간을 관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간염은 물론 간암으로까지 악화될 수 있다. 사진은 차움에서 MRE(자기공명탄성도 검사)로 지방간 검사를 받는 모습./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뇌졸중 등 혈관질환 위험
지방간이 있으면 심혈관질환도 주의해야 한다. 김동준 교수는 “지방간 환자의 사망 원인은 간질환보다 심혈관질환 탓인 경우가 더 많다”며 “간은 악화되는 과정이 10~20년에 걸쳐 매우 길지만, 심혈관질환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급격히 악화돼 뇌나 심장 혈관을 막아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은 대다수가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을 같이 가지고 있는데, 이들 질병은 심혈관질환을 유발하는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한다.
장자준 교수는 “몸이 비만하면 혈중에 중성지방이 많이 떠돌아다닌다”며 “이 지방 성분이 간에 쌓여 지방간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는 환자는 몸의 인슐린 호르몬이 많은 편인데, 인슐린 호르몬은 간에 지방을 저장하는 기능을 해 역시 지방간을 잘 만든다.
◇체중, 한 달 2㎏씩 서서히 빼야
지방간이 있는지 확인하려면 간 초음파 검사나 자기공명영상검사를 받으면 된다. 지방간을 직접 약으로 치료하기는 어려워, 지방간을 유발한 원인을 찾아 없애는 식으로 치료한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술을 끊고, 비만인 사람은 살을 빼고, 당뇨병이나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해당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단, 살을 뺄 때는 한 달에 2㎏씩 체중을 서서히 감량해야 한다. 김인숙 교수는 “급격한 다이어트로 몸속 영양분이 부족해지면 간이 부족한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지방을 만들어 오히려 지방간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간
간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상태. 과도한 알코올 섭취로 생기는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같은 대사질환에 의해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이해나 헬스조선 기자 lh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