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증 환자 연평균 2.6% 증가… 조기 진료가 장기고통 차단

“정신분열증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더 고통스럽습니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아들을 둔 김정우(가명)씨는 아들이 정신질환 초기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사회 부적응자가 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정신분열증이라 흔히 불리는 조현병은 망상, 환청,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을 보이며 사회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는 아직 위험한 정신질환이라는 편견에 가로막혀 가족들에게까지 자신의 병을 밝히기 어려워하며 치료를 피하는 경우가 많고 결국 치료시기를 놓쳐 증상이 악화돼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방치되는 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50만 명에 육박한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발표에 따르면 조현병 진료환자는 9만4000명(2010년)에서 10만4000명(2014년)으로 나타나 지난 4년간 연평균 약 2.6% 증가했다.

조현병은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면 만성으로 이어져 환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경제적, 심리적 고통을 줄 수 있다. 실제 조현병 총진료비는 3년새 약 500억원 이상 증가해 우울증보다 더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질환 발생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진다면 충분히 극복이 가능한 질환이다. 당뇨와 고혈압 환자처럼 꾸준히 일정한 약을 복용하면 충분히 사회생활이 가능하고 완치판단을 받을 정도로 증세가 회복된다. 실제 호주에서 초기에 발병한 조현병 환자를 대상으로 7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50%의 환자에서 증상이 거의 소실됐으며, 22%는 사회적·직업적 기능까지 회복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주로 경구용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하던 조현병 치료 환경에서 최근에는 약물 순응도의 개선을 위해 정해진 기간동안 약효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장기 지속형주사제가 등장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다. 최근에는 한달 간 약효가 유지되는 주사제가 등장했다.

김의태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재발의 가장 큰 원인은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크다”며 “환자가 의사가 처방한 지시에 따르지 않고 약을 복용하지 않거나 복용기간을 자의로 조정하게 되면 병의 재발 뿐 아니라 평생에 거친 입원치료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신 질환자의 경우, 상당수가 의료급여제도 적용을 받고 있는 장기입원환자들이다. 초발 정신질환자의 경우 순응도가 높고 장시간 약효가 지속되는 치료제를 투약 받으면 입원할 필요 없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지만, 현행 정신질환 의료급여수가체계에서는 이런 치료제의 적용이 불가능하다. 현재 다른 질환과는 달리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급여수가는 일당정액제가 적용돼 1일 투약수가가 2770원에 불과하다. 낮은 수가로 인해 조기 치료가 필요한 초발 조현병 환자들에게 장기 지속형치료제를 비롯해 효과가 좋은 비정형 약물을 처방하지 못하고 장기입원을 권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된 채 정신병원에서 삶을 마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정신질환 의료급여수가 개선을 위해 각계 전문가와 협의체를 구성하고 다양한 방법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효성 있는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낮은 의료급여수가때문에 조기치료가 가능한 초발 환자들에게 적절한 치료제를 적용하지 못할 경우, 장기입원으로 이어지고 결국 국가재정에 큰 부담이 되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 밖에 없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조현병 등 정신질환 환자들을 위한 효과적인 의료급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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