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력은 우리 몸 상태를 보여주는 성적표다. 신체 능력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애주기별로 측정하면 도움이 된다. 내 몸에 근력이 얼마만큼 부족한지 한눈에 알 수 있어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신체활동을 토대로 근력을 꾸준히 키운 사람은 악력 수치가 높다. 악력은 가장 간단하게 근력을 평가하는 도구다. 요즘에는 디지털 악력계 같은 기기가 나와 집에서도 측정이 가능하다. 남성과 여성, 청소년과 노인을 위한 맞춤형 악력·근력 운동법을 소개한다.
매달린 채 이동하면 팔 근육 발달
악력은 일어선 채 측정한다. 두 다리를 어깨 너비로 벌리고 팔과 손을 몸에서 살짝 뗀다. 자연스럽게 팔을 늘어뜨려 악력계를 잡는다. 이때 중지의 두 번째 마디가 걸림쇠와 적당한 위치에서 잡히도록 폭을 조절한다. 악력계를 힘껏 꽉 쥐면 측정값이 나온다. 악력계를 직접 구비하지 못했다면 전국 26곳에 위치한 ‘국민체력100 체력인증센터’를 찾아가 보자. 정부의 체육복지 서비스 중 하나로 체력 상태를 과학적으로 측정·평가해 운동 처방을 내려준다. 사전에 신청하면 만 13세 청소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측정이 가능하다.
악력으로 내 몸의 근력 상태를 알았다면 맞춤운동을 할 차례다. 요즘 어린이·청소년은 체육활동보다는 교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다. 악력은 물론 근력운동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틈틈이 팔의 전반적인 근육을 사용하는 철봉이나 팔굽혀펴기를 시도한다. 악력과 근력을 동시에 키우기에 안성맞춤이다.
놀이활동과 운동을 겸하면 어떨까. 학교 운동장에 있는 철봉과 구름사다리, 정글 짐 같은 기구에 매달리고 이동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악력·근력이 발달한다. 테니스 공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거나 구하기 쉬운 신문지를 이용한 볼 만들기는 손 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 손에는 말초신경이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운동신경도 있다. 손을 많이 움직일수록 뇌 활성화에 좋다.
발에 밴드 고정 후 손으로 당겨
노년기의 악력은 신체기능 저하를 나타내는 지표다. 노인에게서 흔한 골다공증, 골감소증, 당뇨가 있을 때 악력은 낮게 측정된다. 심근경색과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도 악력이 저하된 환자에게서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노년층에서 악력을 비롯한 전신의 근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악력 향상을 위해 과도하게 손과 손목을 사용하면 손목 관절·인대 질환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밴드운동은 무리 없이 악력과 근력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운동법이다. 저항성·탄력성이 있는 밴드를 반복적으로 손과 팔을 이용해 당기거나 늘려 보자. 의자에 앉아 밴드의 한쪽 끝을 발로 밟고 손목을 움직여 밴드를 위로 당겨 올린다. 서서도 가능하다. 편하게 선 자세에서 밴드의 한쪽 끝을 발로 고정한 후 밴드를 위아래로 당긴다. 스트레칭 효과뿐 아니라 악력과 상체, 어깨 근육을 강화할 수 있다. 밴드운동은 뇌졸중 같은 편마비 환자의 손 기능 및 근육 강화 운동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 게이트볼이나 탁구, 배드민턴을 가볍게 치면 합병증을 피하면서 악력·근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손은 많이 사용할수록 뇌의 혈액순환이 촉진된다. 치매나 뇌출혈, 뇌경색을 예방하고 뇌하수체에서 나오는 호르몬 분비를 활성화한다. 자율신경 활동을 건전하게 유지해 면역력을 높인다. 틈틈이 변형이 되는 고무공을 쥐었다 펴고 바둑을 두는 등 손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손힘, 균형감각 키우기 좋은 암벽등반
청장년층은 사무와 생활노동·체육으로 손이 어느 정도 단련돼 있는 경우가 많다. 근력 운동에 재미를 겸비한 스포츠를 즐기기에 제격이다. 암벽등반이 대표적이다. 암벽등반은 인공 및 자연암벽에서 실시되는 모험 스포츠로 상체와 하체를 동시에 움직이는 전신운동 중 하나다. 특히 손끝으로 홀드를 잡으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악력이 향상된다. 암벽등반은 기본적으로 좁은 홀드를 손끝으로 잡고 발끝으로 버텨야 한다. 균형 능력을 발휘해 힘을 최대한 분산시켜 효율적인 움직임을 수행한다. 유·무산소 운동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어 근력·체력을 키우기에 좋다.
스프링을 이용한 악력기는 남녀노소 사용할 수 있는 악력 운동기구다. 운동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 여성은 이동 중이나 집안일 하는 틈틈이 악력기를 사용하면 유용하다. 손을 계속 자극해 혈액순환에도 좋다. 손에서부터 팔꿈치에 이르기까지 상체 근력을 위해서는 1~2㎏ 아령 운동을 권한다. 생활밀착형 방법도 있다. 마트에서 카트를 끌기보다는 장바구니를 사용하고, 키보드 작업 대신 직접 글씨쓰기 같은 생활습관을 들이면 효과적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도움말=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백남종 교수, 경희대병원 재활의학과 전진만 교수,
한국스포츠개발원 고병구·박세정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