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보건복지전문기자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을 기점으로 진료비 증가율이 뚝 떨어지면서 매년 흑자가 쌓여 16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이런 흑자 행진이 계속 되는 것은 2011년을 기점으로 진료 이용 행태가 변해 진료비 증가율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치고, 건강한 노인들이 대거 노인 대열에 합류한 점을 주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이를 2007~2010년과 2011 ~2014년으로 나눠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65세 이상 노인 수는 늘어 노인 의료비는 크게 늘어났다. 2007~2010년은 노인 의료비가 연평균 16.6%씩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2011~2014년은 8.9% 증가에 그치고 있다. 특히 노인 1인당 의료비 증가율이 같은 기간 연평균 10.8%에서 3.9%로 뚝 떨어진 덕을 톡톡히 봤다. 65~69세의 경우, 2007년에는 64세 이하보다 2.8배의 의료비를 썼다. 그러나 2011년 2.6배, 2013년 2.3배, 작년 2.2배로 증가 폭이 계속 줄고 있다. 70~74세도 2007년 3.3배에서 작년에는 2.9배로 감소했다.
하지만 80세 넘은 노인들은 사정이 다르다. 2007년에는 64세 이하보다 3.7배 의료비를 썼으나 작년에는 4.1배로 더 많이 썼다. 건강보험연구원 주원석 부장은 “65세를 갓 넘은 신세대 노인들은 평소 건강검진 등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받거나, 운동 등으로 건강을 다져와 진료비가 늘지 않은 반면 80세 넘은 노인들은 조기 검진 등의 기회가 없어 중증 질환으로 고생하며 노후를 맞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인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 진료비도 크게 줄었다. 암 진료비는 2007~2010년 15.7% 증가했으나 2011~2014년은 3.1%로 크게 떨어졌다. 암 발생률 감소와 의료 기술 발달에 따라 수술 건당 입원 일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으로 인한 입원비 증가율도 같은 기간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정례 건강검진이나 조기 검진 등으로 질환을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치료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율은 2007년 60%에서 작년에 74.1%로 올라갔고 암 검진율도 같은 기간 35.4%에서 45.2%로 높아졌다. 사후 치료보다 예방적 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진료비 지출 증가율이 둔화된 것은 국민들이 병·의원을 덜 간 요인이 크다. 병원 이용률을 알려면 병·의원 입원과 외래 환자 내원 일수를 따져보면 된다. 2007~2010년 4년간 매년 평균 4.5%씩 늘어났으나, 2011~2014년엔 절반인 2.2% 증가에 그쳤다. 내원 일수 증가 폭이 확 줄어든 것이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진료비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국제적 추세”라며 “정부의 4대 중증 질환 등 보장성 확대 공약 이행으로 지출이 늘어나게 됐지만, 경기 불황 등으로 병·의원을 덜 가게 됐고, 건강한 고령화로 노인 의료비 증가율이 떨어지는 추세가 지속된 덕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