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의 열쇠는 HDL콜레스테롤

전 세계 심혈관질환 사망자 年 1730만… 중년부터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 급증
HDL콜레스테롤 수치 1㎎/㎗ 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2~3% 줄어들어
혈액에 나쁜 콜레스테롤 같은 불순물이 많으면 혈관이 좁아져 다양한 심뇌혈관질환을 유발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습관 개선 등을 통해 지질(脂質)을 정상수준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세계 최고령 주식 투자자로 알려진 칸 브라더스 그룹 어빙 칸 회장이 지난 2월 10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칸 회장은 사망 직전까지 투자 대상과 규모를 직접 결정할 정도로 왕성히 활동했다.

칸 회장은 의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칸 회장의 형제자매 4남매가 모두 100살 넘게 살았기 때문이다. 미국 알버트 아인슈타인의대 연구팀은 칸의 네 형제자매에게서 ‘CETP’라는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견했다. CETP 단백질은 몸에 이로운 HDL콜레스테롤에 달라붙어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 대학 신경과 리차드 립톤 교수팀이 세계적인 학술지인 미국의사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에 “CETP 단백질의 활동을 억제하면 HDL콜레스테롤이 증가해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위험은 줄일 수 있다”며 “장수하는 사람들에서 CETP 억제 유전자가 많다”고 밝혔다. 불로장생(不老長生)의 열쇠가 HDL콜레스테롤인 것이다.

◇심·뇌혈관질환 전세계 사망 원인 1·2위

우리 몸의 혈관은 심장의 좌심방에서 출발해 온 몸을 돌아 우심실에 올 때까지 길이가 12만㎞가 넘는다. 이 중 어느 한 곳이라도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 미국심장협회와 미국뇌졸중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심혈관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1년에 1730만명이다. 2위는 뇌혈관질환인 뇌졸중이다. 우리나라는 암에 이어 사망원인 2·3위를 차지한다. 암은 여러 부위에 생긴 암을 통틀어 집계하기 때문에 단일질환으로는 뇌졸중이 사망원인 1위다.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혈액에 불순물이 적어야 한다. 혈액의 불순물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기름 성분인 콜레스테롤이다. 혈액 속에 콜레스테롤이 많으면 혈관벽에 붙어 혈전(피떡)을 만들어 혈관을 좁히고, 염증물질이 나오면서 혈관의 탄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절반은 맞지만 절반은 틀린 얘기다. 혈관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산화된 LDL콜레스테롤 뿐이다. 콜레스테롤은 세포의 구성 성분 중 하나로 LDL콜레스테롤은 간에서 만들어져 온몸으로 보내져 세포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게 너무 많이 생겨 남으면 산화돼 혈관벽에 눌러 붙게 돼 혈관을 막거나 딱딱하게 한다. HDL콜레스테롤은 쓸모 없어진 LDL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끌고 가서 분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몸속에 HDL콜레스테롤이 많으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줄어든다. 그동안 나온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1㎎/㎗ 늘면 심혈관질환 위험은 2~3% 정도 줄어든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가 10만명이 넘는 한국인을 13년 동안 관찰한 자료를 분석했더니 혈중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40㎎/㎗ 미만인 사람이 60㎎/㎗ 이상인 사람에 비해 심혈관질환 위험이 24% 높았다.

◇한국인, 좋은 콜레스테롤 부족

혈액 속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지방성분이 들어 있는 것을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한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 이하,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60㎎/㎗ 이상,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130㎎/㎗ 이하, 중성지방이 150㎎/㎗ 이하 중 하나라도 벗어나면 이상지질혈증으로 본다〈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이상지질혈증 환자 수는 130만명이 넘는다. 남성은 잦은 회식, 운동 부족 등으로 30대부터 환자가 급격히 늘지만, 여성은 40대 후반 갱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해 50대에는 남성 환자 수를 앞지른다.

혈관 건강을 위해서는 총 콜레스테롤과 LDL콜레스테롤은 낮추고 HDL콜레스테롤은 높여야 하는데 한국인은 HDL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은 경우가 더 많다. 2010년에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총콜레스테롤이 240㎎/㎗ 이상인 고콜레스테롤혈증은 13.5%였지만, HDL콜레스테롤이 40㎎/㎗ 미만인 저HDL콜레스테롤혈증은 26.2%였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몸속 기름기를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면 이제부터는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은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콜레스테롤 식품보다 포화지방이 더 문제

콜레스테롤은 80% 이상이 간에서 만들어진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 양은 20% 미만이다. 건강한 사람은 음식으로 콜레스테롤을 섭취한다고 해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오르지 않는다. 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항상성(恒常性)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 등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은 사람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콜레스테롤의 섭취량을 300㎎로 제한하고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음식은 달걀노른자, 오징어, 새우, 장어, 문어 등이다. 돼지기름, 생크림, 버터 등에 많은 포화지방산은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주범이다.

[강경훈 헬스조선 기자 kw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