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나가기 좋은 계절, 부상 걱정된다면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중앙포토
노년기 행복을 결정하는 세 가지로 건강·친구·경제력이 꼽힌다. 세 가지를 다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 바로 골프다. 18홀을 돌 수 있는 체력과 편하게 동반할 수 있는 친구, 그리고 어느 정도의 경제력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골프가 자칫하면 건강의 복병이 될 수도 있다. 대한골프의학회 서경묵 회장(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은 “골프를 치는 사람의 절반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다. 그 중 10%는 손상이 심각하다. 특히 척추·팔꿈치·손목 부상이 많아 노년기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골프를 칠 때 주의해야 할 부위와 부상 예방법을 정리했다.
대한골프의학회에 따르면 골프로 인한 신체 손상 부위는 허리·팔꿈치·손목·어깨·무릎 순이었다. 서 교수는 “골프는 비거리(공이 날아가는 거리) 시합이 아니라 정확성의 게임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멀리 나가면 무조건 좋은 줄로 착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을 멀리 보내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클럽을 휘두르다 화(禍)를 당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자신의 힘을 100% 다 써 공을 때릴 때, 순간 허리에 가해지는 무게는 1t에 달한다. 이런 무리한 스윙이 반복되면 척추 뼈가 손상된다. 특히 잘못된 자세로 스윙하면 몇 배 더 큰 충격이 뼈로 전달된다. 서 교수는 “프로 선수도 자신의 최대 힘의 80%밖에 쓰지 않는다. 허리 척추를 보호하는 근육이 훨씬 적은 일반인은 70%의 힘으로 클럽을 휘둘러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명 ‘골프엘보’라 불리는 곳도 주요 손상 부위다. 오른손잡이라면 클럽을 잡았을 때를 기준으로 왼팔 팔꿈치 바깥쪽 부위를 가장 많이 다친다. 손목 역시 연골과 힘줄이 파열되기 쉽다. 팔꿈치와 손목에 통증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힘이 풀릴 수 있다. 커피 잔을 잡다 떨어뜨리기도 하고 문고리를 돌리기조차 힘들다. 골프 클럽을 휘두르다 갑자기 놓쳐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도 있다. 무릎을 보호하는 근육이 약하면 라운드 중에 무릎 관절이 빨리 닳아 통증이 생기기도 한다.
골퍼의 체형에 따라 부상 부위도 조금씩 다르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최인호 교수팀에 따르면 보통 키에 근육이 많고, 팔·다리 비율이 안정적인 사람은 상체 회전을 잘 한다. 이런 사람은 어깨와 손목에 힘을 많이 줘 두 부위 부상이 잦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은 팔이 길고 관절이 유연한 편이다. 클럽을 휘두르는 반경으로 힘을 내기 쉬운데, 이 때 하체가 왼쪽으로 밀리면서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가슴은 두껍고 상대적으로 팔이 짧은 체형도 있다. 전체적으로 힘이 좋지만 관절 유연성이 떨어지기 쉽다. 이런 사람들은 팔 움직임이 적어 공은 정확하게 치지만 하체에 무리가 많이 가 다리 손상이 많은 편이다.
근육 단련해야 비거리 늘어나
부상을 예방하려면 척추와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이런 부위의 관절 근육을 키우면 부상을 예방할 수 있고 정확도가 높아지고 비거리도 덩달아 늘어난다. 어떤 자양강장제 보다도 좋은 것은 근육 운동이다. 골프를 잘 치려면 허리·어깨·팔·손목·허벅다리와 엉덩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원장은 “헬스장에 가서 돈 들여 운동하지 말고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40~50분씩 간편하게 운동을 하라”고 조언했다.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은 팔굽혀펴기(팔·어깨 근육 강화), 윗몸일으키기(허리 근육 강화), 악력기 쥐었다 폈다 하기(손목·손가락 근육 강화), 계단 한 두개씩 오르기(허벅지·엉덩이 근육 강화) 등이다. 부위 별로 10~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그렇다면 골프 연습은 어느 정도 하는 게 좋을까. 서 원장은 “매일 연습장에서 공만 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골프를 정말 잘 치려면 공치는 연습보다 근육 단련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주 3회 근육 운동에 주 2~3회 공 치기 연습, 주 1회 야외 골프가 이상적이다. 하루 30분 정도의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면 더욱 좋다.
워밍업을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속도 달궈지지 않은 상태에선 뚝 부러지지만 열이 가해지면 부드럽게 휘는 원리와 같다. 부상을 예방하고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도 예열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이다. 골프를 시작하기 전에 5분간 제자리 뛰기로 체온을 올린 다음 3분간 스트레칭을 해 말단 신경근과 힘줄을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통증이 생기면 바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초기 신호를 무시하면 만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원히 골프를 못할 수도 있으므로 초기 치료는 그만큼 중요하다. 3·3·3 원칙을 기억하면 쉽다. 우선 골프를 친 뒤 통증이 사흘간 지속되면 급성 염증이 생긴 것이다. 얼음찜질을 하고 쉬어야 낫는다. 3주 이상 계속되면 급성과 만성 중간기다. 힘줄이 부어 있거나 부분적으로 파열된 것일 수도 있다. 서 교수는 ?인대나 근육 손상 부위에 특수 물질을 넣어 조직을 재생시키는 프로로테라피가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3개월 이상 통증이 계속될 때는 조직이 완전히 찢어진 경우다. 피부를 절개하고 조직을 이어주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