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찾아온 무더위, 면역력 약한 내 아이 어떻게 지킬까

수족구병 예방 백신 개발 안돼

손씻기와 철저한 소독이 중요

바이러스성 장염 심하면 위험

백신 접종이 유일한 해결책

뇌수막염, 척수 검사로 원인 규명

구내염은 항바이러스제로 치료심하면 하루 10차례 이상 설사를 하고 아주 심한 탈수 증세가 생기는 영·유아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겨 여름이 벌써 다가온 느낌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바이러스의 활동도 활발해져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감염질환에 경고등이 켜졌다. 특히 손발에 물집에 생기는 수족구병이 영ㆍ유아를 중심으로 창궐할 태세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전국 100개소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족구병을 표본 감시한 결과, 지난 달 12~18일 수족구병 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 당 3.0명으로 전주(2.5)보다 늘었다. 더위에 활개를 치는 각종 바이러스들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아이의 건강을 지키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수족구병-백신없어 예방이 중요

장바이러스인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다. 열이 나고, 두통, 설사, 구토, 손발 등에 발진이나 수포(물집)이 생긴다. 5~8월에 주로 유행하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생후 6개월~5세 이하 영ㆍ유아가 쉽게 감염되며, 감염자의 침이나 호흡기 분비물, 감염자의 물집 등을 통해 전염되며, 오염된 물이나 수영장에서 전염될 수 있다. 5세 이하 어린이가 모여 장시간 생활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급속히 퍼져 해마다 사회문제가 되곤 한다.

수족구병은 주로 엔테로 바이러스와 콕사키 바이러스 감염으로 걸린다. 증상이 생긴 뒤 7~10일 이후 대부분 자연적으로 회복한다. 하지만 입에 물집이 생기면 물을 삼키거나 음식물을 먹기 어려워 탈수가 우려되는 만큼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또한, 38도 이상의 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39도 이상의 고열 증세, 구토와 무기력증, 호흡곤란, 경련, 팔다리에 힘이 없거나 비틀거리는 증상 등을 보이면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수족구병은 뇌간뇌염이나 뇌수막염, 급성 이완성 마비, 신경원성 폐부종, 폐출혈 등 신경계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족구병은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손 씻기를 철저히 하고, 아이들의 장난감과 놀이기구, 집기 등을 자주 소독해야 한다. 환자의 배설물이 묻은 옷은 철저히 세탁하고 수족구병 환자와 접촉을 피해야 한다. 수족구병이 의심되면 바로 병ㆍ의원에서 진료를 받고 스스로 격리조치를 해야 전염을 막을 수 있다.

바이러스성 장염-1주일 간 설사증세

영ㆍ유아들에게 배탈과 설사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성 장염은 원래 겨울철에 많이 발병했다. 그런데 예방백신이 생기면서 5월 전후 나들이철에 가장 많이 생긴다. 최근에는 좀더 나이가 든 학동기 아이들에게도 자주 발생한다.

바이러스성 장염은 대개 로타바이러스와 노로바이러스 때문이다. 영ㆍ유아에게는 특히 전염성이 강한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많이 나타난다. 5세 이하 영ㆍ유아의 95%가 한 번 이상 감염될 정도다. 감염되면 이틀 정도 고열과 심한 구토를 한 뒤 심한 설사를 하게 되는데 설사 증상이 5~7일간 계속돼 콜레라로 착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신손문 제일병원 소아과 교수는 “심하면 탈수나 영양장애 등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만큼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로타바이러스를 예방하려면 백신접종을 받아야 한다. 백신은 2가지가 있다. MSD의 ‘로타텍’은 ‘쭈쭈바’ 형태로, 생후 6주부터 8개월 전까지 3차례 복용한다. 로타텍은 5가지 항원이 포함된 멀티백신이라 예방범위가 넓다. 글락소 스미스클라인(GSK)의 ‘로타릭스’는 주사기 모양의 경구 투여기로 먹이며, 생후 6주부터 4주 간격으로 2차례 먹이면 된다. 로타릭스는 사람 균주를 사용해 제조된 것으로, 5가지 로타바이러스 균주(G1, G2, G3, G4, G9)를 예방한다.

뇌수막염-38도 이상 고열과 두통 유발

뇌수막염은 뇌와 뇌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염증이 생기는 수막염을 합친 말이다. 뇌수막염에 걸리면 38도 이상 고열과 함께 머리가 아프다. 또한 목이 뻣뻣한 느낌이 들면서 앞으로 머리를 굽힐 수 없고 구토 증세가 생긴다.

바이러스성과 세균성 등 2가지 종류가 있다. 어떤 경우에든지 뇌와 척수에 근접한 뇌막 조직에 염증과 신경계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윤기욱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자칫 잘못하면 치료 후에도 뇌신경마비, 간질발작, 어지럼증, 보행 장애 등의 후유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런 신경계 후유증이 감염 초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영ㆍ유아와 어린이에게서 열이 심하게 나는 등 감염 질환이 의심될 때에는 감기뿐만 아니라 뇌수막염 발생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원인 규명과 함께 조기 치료대책을 세우는 것이 좋다.

뇌수막염에 걸렸는지를 확인하려면 척수검사를 해야 한다. 이는 일정량의 척수액을 주사기로 뽑아 염증 세포가 섞여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척수검사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인지, 세균에 의한 감염인지를 확인하는 데도 필요하다. 이 때는 별도로 균 배양검사를 해야 한다.

구내염-젖병ㆍ가짜 젖꼭지로 감염되기도

구내염은 말 그대로 혀나 구강 점막 등 입안에 생긴 염증이다. 칸디다균에 의해 감염 부위가 하얗게 패이거나 부어올라 화끈거리고 따끔거리며 근질거린다. 심하면 환부가 붉게 충혈돼 쓰리고 아파 침을 삼키기도 힘들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사표현이 어려운 어린이의 경우 대개 고열로 인해 음식을 잘 섭취하지 못하고 심하게 보채기도 한다. 따라서 부모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젖먹이의 경우 잘 소독하지 않은 젖병이나 고무로 만든 가짜 젖꼭지로 인해 감염되기도 한다.

헤르페스성 구내염은 보통 7~10일간 지속된다. 국소 진통제를 발라주는 것으로 대부분 곧 진정되지만, 증상이 아주 심하면 먹는 항바이러스제나 주사제를 투약해 치료하기도 한다. 예방하려면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건강관리에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입 안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양치질 등 철저한 구강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