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환자에게 심혈관질환 수시 검사는 필수

당뇨병만큼 두려운 합병증 장기육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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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은 합병증이 무서운 질환이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지만 일단 합병증이 진행되면 생명이 위험할 만큼 위협적이다. 하지만 혈당이 조금 높거나 낮더라도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아 예방에 소홀하기 십상이다.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30세 이상 성인 중 11%(약 400만 명)는 당뇨병이 있었는데 이 중 25.7%는 발병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특히 30~40대 남성 60% 이상은 당뇨병을 치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당뇨병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1년 8.6%에서 최근 10년간 약 9%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3년 10% 대를 넘어섰다.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셈이다.

김모(46·남)씨는 지난 2009년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을 진단받았지만 치료제를 드문드문 복용하다가 4년 전부터는 혈당관리와 합병증 검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얼마 전 등산을 하다 갑자기 숨이 가쁘고 가슴에 통증을 느낀 김씨는 병원을 찾아 협심증 진단을 받았다. 협심증은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죽상동맥경화로 좁아지는 질환이다. 죽상동맥경화증이 생기면 동맥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염증세포 등이 붙어 혈액 공급이 줄어들게 된다. 예외는 있지만 통상 관상동맥, 경동맥과 대뇌동맥, 하지동맥 순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당뇨병이 있으면 조기에 발병하고 중증도가 높은 편이다.

많은 당뇨병 환자가 김씨처럼 진단을 받았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혈당관리와 합병증 검사에 소홀해 합병증의 조기진단 기회를 놓치고 있다. 전체 당뇨병 환자의 절반 이상이 겪게 되는 합병증은 혈관에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눈·콩팥·신경·심장혈관·뇌혈관·말초혈관 등 혈관이 풍부한 조직에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다. 대표적인 합병증으로는 실명에 이를 수 있는 망막변증과 신장기능 장애, 손발 저림과 통증이 있으며 특히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 10년 이상, 심근경색 위험 2배
15년 전 당뇨병을 진단받은 이모(69·남)씨는 꾸준히 약을 복용해왔고 별다른 이상 증상이 없어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다. 어느 날 TV를 보다가 명치 부위가 뻐근하면서 진땀이 나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심전도 검사 결과 급성 심근경색이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관상동맥조영술을 했더니 관상동맥 주 혈관(좌전하행지) 위쪽이 혈전으로 완전히 막혀 있어 스텐트 삽입 시술을 받았다. 남모(77·여)씨는 20년 전부터 당뇨병·고혈압이 있었지만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었다. 수일 전부터 숨쉬기가 힘들었던 남모씨는 병원을 찾았다가 오래된 심근경색을 발견했다.

이처럼 당뇨병 환자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심혈관질환이다. 사망원인 1위다. 심혈관질환은 심장에 혈액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70% 이상 좁아질 때 생기는 협심증과 협심증이 심해져 혈관이 막히면 심장 조직 일부가 죽는 심근경색이 대표적이다. 당뇨병 자체가 동맥경화를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요인이며, 발병 1~2년 지나면 고혈압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위험도는 더 높아진다. 특히 남씨처럼 오랜동안 당뇨병을 앓았고 고령이면 죽상동맥경화나 심근경색이 있어도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국제심장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cardiology)’ 2014년 6월호에 실린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고혈압 및 관상동맥질환 상태’에 대한 논문도 그런 현상을 뒷받침한다. 논문은 증상이 없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다변량 회귀분석을 했다. 그 결과 조절 안 되는 고혈압은 관상동맥 질환의 독립적 위험인자로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2.13배, 심장사나 급성 심근경색이 걸릴 위험은 6.11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논문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30세 이상이고 가슴통증이 없는 환자 935명을 정상 혈압군(314명, 33.6%), 치료제로 조절되는 혈압군(458명, 49%), 치료 여부와 상관없이 조절이 안 되는 고혈압군(163명, 17.4%) 세 그룹으로 나눠 관상동맥질환 상태를 조사했다. 관상동맥 컴퓨터 단층촬영(CT)을 이용해 관상동맥질환 유병률을 측정한 결과 정상 혈압군 33%, 조절되는 고혈압군 40%, 조절 안 되는 고혈압군 52%로 나타났다. 다혈관질환 발생률은 각각 13%, 21%, 32% 순이었다. 다혈관(多血管)질환은 심장혈관·뇌혈관·경동맥·말초동맥 중 두 군데 이상의 주요 혈관에서 질병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당뇨를 앓은 지 10년 이상 되면 10년 미만 환자보다 사망·심근경색·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두 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65세 이상 흡연자는 더 조심해야
심혈관 건강을 유지하려면 우선 혈관 상태부터 점검해야 한다. 심혈관 질환 검사를 언제 하는 게 좋은지 정해진 것은 없다. 당뇨병 환자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운동부하 심전도, 발목상완지수, 경동맥 초음파 등으로 관상동맥·하지동맥·뇌혈관 상태 등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았거나 ▶가족력이 있고 흡연하는 65세 이상 ▶관상동맥 칼슘 수치가 일정 이상 넘고 ▶심전도 이상이나 미세단백뇨·망막변증·만성신장질환이 있고 ▶하지동맥이나 경동맥·대뇌혈관에 죽상경화 증상이 있으면 주기적으로 관상동맥 CT, 하지동맥CT, 뇌혈관MRI 등으로 혈관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중요한 것이 혈압과 콜레스테롤 관리다. 혈압은 순환기 건강의 지표이므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수축기 혈압이 100∼139㎜Hg, 이완기 혈압이 89㎜Hg 이하면 정상이다. 경계혈압(수축기 140∼159, 이완기 90∼94㎜Hg)에 있다면 금연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사로 혈압을 관리해야 한다. 고혈압(95∼160㎜Hg 이상)이거나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장기육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객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