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환자, 과로·스트레스 안 받게 조심해야… 메르스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법

충분한 수면·균형 식생활로 쾌적한 몸 상태 유지 바람직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의료진이 기관지천식이 의심되는 환자의 폐기능 검사(위) 및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하고 있다. 천식에 걸리면 잦은 기침 발작으로 폐기능이 떨어진다. 알레르기 반응 검사는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항원이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실시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국내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 지도 어느덧 한 달 보름이 지났다. 최근 추가 감염자 증가 추세가 꺾였지만 의료 현장에서 느껴지는 환자들의 불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특히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환자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메르스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환자 가운데 기저질환으로 천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비교적 많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천식 환자들은 왜 이렇게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서울대학교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교수는 6일 “기본적으로 기관지 상피세포가 병원균 등 외부 이물질에 대한 저항능력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천식은 기도의 만성 알레르기성 염증 질환이다. 갑작스러운 기침과 호흡곤란 증상을 유발하는 기도과민반응이 특징이다. 현재 국내에선 연간 약 2000명이 천식으로 사망한다. 이중 상당수는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천식 발작이 악화된 것이 사망원인으로 추정된다. 천식 악화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의 60∼80%가 리노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감기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것이라는 조사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천식 환자가 호흡기 바이러스에 취약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외부 이물질에 대한 기관지상피세포의 면역력(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기관지 상피세포는 공기 중 유해물질을 걸러내고 호흡기 내 병원균 감염을 저지하는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 그런데 천식 환자는 기관지 상피세포의 인터페론 분비 저하로 침범한 바이러스에 제대로 대항할 수가 없다. 그 결과 일반인보다 바이러스 증식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감염 증상도 오래 끌어 천식 악화로 이어지기 쉽다.

또 천식 환자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일부 메르스 감염자와 같이 ‘사이토카인 폭풍’(인체가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해 면역력을 과도하게 발휘해 대규모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경우 폐렴 등 장기이상과 함께 천식 발작 악화로 위중한 상태에 빠질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 있으면 천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20∼50%가 일생 중 천식 발작을 한번 이상 경험한다. 송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 경우 특별한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잠복 천식, 또는 알레르기성 기관지염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천식 등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메르스 예방은 물론 하찮아 보이는 감기조차 안 걸리도록 건강관리를 잘 해야 한다. 무엇보다 체력을 떨어트리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며 균형 있는 식생활을 통해 쾌적한 몸 상태가 유지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기침, 발열, 오한과 같은 호흡기 감염 증상이 있는데도 의료 기관 방문을 차일피일 미뤄서는 안 된다.

송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이 천식으로 발전하는 시기에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급격하게 천식이 악화될 수 있다”며 “결국 병원에 입원하고, 2차 감염에 노출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천식과 알레르기 비염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체내 면역세포의 바이러스 대처기능도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