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일본 지역에서 특이한 신경학적 이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나오면서 열도가 공포에 휩싸였다. 원인모를 풍토병으로 여겨지던 ‘스몬병’이 바로 그 것.
10년이 넘는 동안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자 이 질환 치료를 위한 연구가 일본에서 진행됐다. 연구자들은 스몬병이 당시 지사제로 사용됐던 ‘키노포름(chinoform)’에 의한 중독성 질환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 일본 정부는 1971년 ‘난병대책위원회’를 설치해 1972년부터 스몬병 등을 시작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의 치료제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원인 모를 병’으로만 기록되던 희귀·난치성 질환들은 긴 시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그 치료 방법이 밝혀지고 있다.
희귀질환에 대한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발생률이 인구 1000명당 0.65∼1명 규모일 경우를 희귀질환으로 정의하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경우 환자가 2만 명 이하인 경우를 ‘희귀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국내 희귀 질환자는 약 50만 명에 이른다.
희귀 질환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식품의약국(FDA)을 중심으로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미국 FDA에 따르면 2011∼2013년 희귀질환 치료제 비중은 2011년 37%(11개), 2012년 33%(13개), 2013년 33%(9개), 2014년 41%(17개)까지 늘어났다.
‘인간 유전자 지도’의 완성과 혈액 내 단백질 분석 등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신약 개발에도 개인 맞춤형 치료가 실현되고 있다. 개인 맞춤형 희귀질환 치료제 역시 2006년 13개에서 2011년 72개로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아직 희귀질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7000여 종의 희귀질환 가운데 치료제가 존재하는 것은 5% 미만이다. 국내 환자들의 현실은 더욱 비참하다. 해외에서 개발된 희귀질환치료제가 국내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약값이 비싸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 허가된 희귀 의약품 중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비율도 40%에 달한다.
신약 개발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관계자는 “희귀질환의 대부분이 유전 질환으로 환자 및 그 가족의 삶의 질 저하가 극심하다”라며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지원과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보장에 관한 포괄적이고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희귀 질환 신약 개발은 1983년 미국의 희귀의약품법(Orphan Drug Act) 제정 이후 본격화됐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희귀질환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이다. 법제정 이전 10개 미만 의약품만이 허가를 받은 것에 비해, 제정 이래로 30년간 400여 개 이상의 의약품(447개 적응증)이 허가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