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은 계속해서 에너지를 필요로 하고, 에너지는 섭취한 음식물이 산소와 반응함으로써 생겨난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불안정한 활성산소로 변화하여 세포 속 지방산이나 단백질에 산화반응을 일으키고 그에 따른 변형과 손상을 유발한다.
활성산소는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몸 안에서 생기는 암세포를 손상시켜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정상적인 피부•혈관•뇌 등의 세포 손상을 촉진시켜 각종 질환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특히 활성산소가 암•노화•동맥경화•당뇨병 등 질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방사선•각종 환경오염물질•흡연•스트레스 등의 환경 요인이 이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항산화 영양소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우리 몸에 존재하는 항산화 체계는 활성화 산소에 의한 산화 반응을 차단하고 세포의 손상을 막아주는데, 비타민 A•비타민 C•비타민 E가 바로 음식물로 섭취할 수 있는 대표적인 항산화 비타민 이다.
약이 되는 항산화 영양소
비타민 A는 체내에서 전환될 수 있는 다양한 전구체(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의 물질)들을 포함하는데, 그 중 베타 카로틴이 여러 불포화 결합을 가지고 있어 활성 산소를 제거하는 데에 효과적인 항산화제로 작용할 수 있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온 몸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작용할 수 있고, 전자를 내어주는 특성으로 인해 활성산소를 빠르게 제거하며, 산화된 비타민 E가 재활용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 E는 주로 세포막과 지단백질 표면에서 지방산의 산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의 연쇄반응을 차단하여 세포막의 손상을 방지하는 주된 역할을 가지고 있다.
독이 되는 항산화 영양소
그러나 항산화 비타민이라고 해서 무조건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베타 카로틴을 보충제 형태로 섭취한 경우 폐암 발생률이 오히려 18%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었고,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피부가 황달처럼 노랗게 변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임신 중 비타민 A의 과다 섭취는 기형아 발생의 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비타민 C는 수용성 비타민으로 필요량 이상은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에 항산화제로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용량의 복용을 권하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고용량의 비타민 C를 섭취하는 경우 설사, 위장관 장애, 신장 결석을 일으킬 수 있어 한국영양학회에서는 일일 섭취량 2000mg을 상한섭취량으로 정하고 그 이상 섭취하지 않기를 권고하고 있다. 비타민 E의 경우에도 과다 섭취 시 비타민 K의 혈액 응고 작용을 지연시켜 수술 후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우리 몸에서 대부분 재사용되므로 결핍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영양소이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암이나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보충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판되고 있는 보충제 중에는 권장량 이상의 고용량 보충제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를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 부작용을 유발하기가 쉽다. 2009년 국립암센터 연구팀이 여러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과일이나 채소가 아닌 항산화 보충제를 통한 비타민의 섭취는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다고 보고하는 등 최근의 연구 결과들에서는 보충제 섭취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3년 국민영양결과 조사에 나타난 항산화 비타민의 섭취 현황을 살펴 보면, 이미 비타민 A와 비타민 C의 섭취량은 2010년 한국인의 영양섭취기준(표1) 수준으로, 혹은 그 이상으로 충족되고 있다. (비타민 A : 남자 115%, 여자 108%, 비타민 C : 남자 97%, 여자 101%)
<표1. 한국인 영양 섭취 기준 (2010년)>
구분 |
평균필요량 |
권장섭취량 |
충분섭취량 |
상한섭취량 |
|||
남자 |
여자 |
남자 |
여자 |
남자 |
여자 |
||
비타민 A (㎍ RE/일) |
520 |
450 |
750 |
650 |
– |
– |
3000 |
비타민 C (mg/일) |
75 |
75 |
100 |
100 |
– |
– |
2000 |
비타민 E (mg α-TE/일) |
– |
– |
– |
– |
12 |
10 |
540 |
음식을 통한 항산화 영양소 섭취
항산화 비타민은 식품 중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베타 카로틴은 당근•늙은 호박•시금치 등 녹황색 채소와 과일에, 비타민 C는 딸기•감귤류•토마토•풋고추 등 과일과 녹색채소에, 비타민 E는 식물성 기름이나 견과류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보충제와 달리 식품은 여러 가지 영양소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항산화 영양소가 많은 일부 식품 위주로 신경 써서 먹으려고 하면 다른 영양소의 섭취가 부족해 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비타민 C가 비타민 E의 절약작용을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면 복합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 세 끼 식사와 간식을 골고루 챙겨 먹는 경우 섭취할 수 있는 항산화 비타민은 아래(표2)와 같이 충분한 수준이다.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보충제가 아닌, 다양한 식품을 매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어야 한다.
<표2.1일 식사에 포함된 항산화 영양소 함량의 예>
구분 |
아침 |
점심 |
저녁 |
간식 |
1일섭취량 |
식단 |
잡곡밥 2/3공기 미역국 조기구이 시금치나물 계란찜 |
잡곡밥 2/3공기 호박된장찌개 쇠고기버섯볶음 상추겉절이 두부부침 |
잡곡밥 2/3 공기 북어콩나물국 닭살채소볶음 깻잎찜 도토리묵무침 |
저지방우유 1컵 방울토마토 10개 딸기 7개 |
열량 2100kcal 단백질 75g |
비타민 A (㎍ RE/일) |
614 |
412 |
767 |
119 |
1912 |
비타민 C (mg/일) |
49 |
35 |
43 |
136 |
263 |
비타민 E (mg α-TE/일) |
10 |
14 |
10 |
1 |
35 |
물론 치아가 좋지 않거나 소화 상태가 원활하지 않은 노인, 영양소의 필요량이 증가하는 임산부, 만성질환이나 소화기계통에 질환이 있어 흡수가 불량하거나, 체중감량을 위해 초저열량식을 지속하는 등 식품으로 충분한 공급이 어려운 경우에는 보충제 복용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와 상의하여 고용량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여 보충제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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