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성의 건강 적신호는 40대부터 시작하여 50대에 절정에 이릅니다. 예를 들면, 30대 남성에 비해서 40대 남성은 매년 3배 정도 더 많이 사망하며, 50대 남성은 50대 여성에 비해서 사망률이 2.7배 높습니다. 30대와 40대 초반의 삶을 경제적 자립과 가족 부양을 위해 쏟아 부으며 열심히 앞만 보고 살다가 막상 40대를 넘어 50대로 가면서 지치어 힘들고 여기저기 조금씩 병들어 가는 자신을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우리 중년 남성을 너무 슬프고도 처량하게 만듭니다. 하나, 둘 늘어나는 하얀 머리카락과 비례하여 점점 넓어지는 이마, 볼록 튀어나오는 배, 안경을 쓰고는 가까운 글자가 안보여 책을 멀찌감치서 보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늙는구나 싶어 우울하다가, 달려 올라가던 계단을 이제 걸어도 숨을 헉헉거리게 되고, 화장실 변기 앞에 점점 더 오래 서있게 되며, 쉬어도 잠을 자도 풀리지 않는 피로를 느끼면서는 아 이제 나도 한물갔구나를 넘어 곧 큰 병이 나를 찾아 올 것 같은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의 대한민국과 내 가족을 만들고 지켜온 우리 중년의 남성들은 이제라도 스스로의 건강도 챙기면서 자신의 행복도 누리는 인생의 황금기로서의 중년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그 방법을 같이 살펴보고자 합니다. 크게는 나의 목숨을 앗아가는 중년의 병과 나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중년의 병으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1. 나를 죽게 만드는 병
– 지겹게 듣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듣게 되는 단어 ‘암’ ‘심근경색’ ‘뇌졸중’-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1/3은 암으로 사망하고 1/3은 심뇌혈관질환으로 사망합니다. 이 두 질환이급속하게 증가하는 시기가 바로 40-50대 중년입니다. 힘든 하루를 지탱하기 위해 물었던 담배와 마셨던 술들, 짜고 자극적인 외식들, 늦은 야근으로 부족한 수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운동부족이 뭉치고 쌓여서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서 암, 심근경색, 뇌졸중이 되어 나를 쓰러뜨리려고 합니다. 이 병들의 특징은 발생하기 전까지 사전 증상이 없다는 것과 발생하고 나서는 치료가 쉽지 않지만 미리 알려진 위험요인들이 있기 때문에 그것만 잘 조절하면 예방도 가능하고 심지어 발병해도 일찍 진단하면 완치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암과 심뇌혈관질환을 잡지 않고서는 중년의 건강을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1.1 암
대표 암: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대책: 건강한 생활습관과 정기적인 건강검진
중년이 되면서 급격히 증가하는 암은 위암, 대장암, 간암, 페암입니다. 이들의 상승세는 쳐다보기
에 어지러울 정도로 가파릅니다. 하지만 우리가 힘들게 이뤄놓은 대한민국의 놀라운 성장과 의료
기술의 눈부신 발달은 이 병으로부터의 해방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위암은 40대가 되면 최소 2년마다 위내시경을 받아야 합니다. 혹시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이전 검사에서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 위암 발생 가능성이 높은 소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매년 위내시경을 받는게 좋습니다. 이왕이면 금연, 절주, 싱겁게 먹기 등의 습관을 가지면 더 좋습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분은 의사와 상의해서 본인의 다른 위험요인을 고려해서 제균 치료 여부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장암은 45세부터 5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을 받으면 암 전 단계의 용종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거하여 많은 경우 대장암 자체의 발생을 막을 수 있습니다. 간암은 대부분 만성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에 의한 것이므로 해당 질환을 가지고 계신 분은 최소 6개월 간격으로 간초음파와 혈액검사를 하셔야 합니다. 최근에는 C형 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므로 전문가 진료를 반드시 받는게 좋습니다. 페암은 무엇보다 금연이 가장 중요합니다. 본인이 평균 하루 1갑, 30년 이상 흡연을 하시고 있거나 하신 분이라면 최소 55세(가능하면 50세)부터는 매년 저선량흉부CT를 찍어 폐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1.2 심뇌혈관질환
대표 질환: 심근경색, 뇌출혈, 뇌경색
대책: 허리둘레, 혈압, 혈당,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체크하고 꼭 기억하기.
제 외래의 많은 남성들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을 가지고 계신 분입니다. 처음에는 이 중 하나로 시작했다가 결국 이들 세가지를 다 가지게 되는 분들이 많고 이런 분들이 제일 위험합니다. 이들 질환이 심할수록, 많을수록 심뇌혈관질환이 잘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위의 질환들이 평소 특별한 증상이 없다 보니 처음에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심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후회하는 경우를 참으로 많이 봅니다. 위 질환들을 가지는 남성들의 공통점은 흡연, 과도한 음주, 볼록 나온 배, 지방간, 운동 부족, 잦은 외식, 짠 음식 등입니다. 또 하나 더하자면 자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입니다. 괜찮다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면서 약물치료를 미루고 미룹니다.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자신도 세월 앞에서 나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상기 지수들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최소 1년에 한번은 체크하면서 반드시 수치들을 기억을 해 둡니다. 허리둘레는 90cm 혹은 35-6인치 미만, 혈압은 가능하면 130/80mmHg 미만 최소 140/90mmHg 안되기, 공복혈당은 가능하면 100 mg/dL 미만 최소 126 안되기, LDL-콜레스테롤은 130mg/dL 미만 최소 160이 안되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생활은 본능에 거슬러서 사는 연습입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많이 먹어서 에너지를 몸에 여유롭게 가지려고 하고 육식을 즐기며 움직이지 않고 늘어져 쉬고 싶어합니다. 이제 반대로 해야 합니다. 음식은 거칠고 싱싱하고 싱거운 것 위주로 먹고 담배는 동네 의원의 국가가 지원하는 체계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끊고, 술은 주 2회 2잔까지만 마시고, 하루 최소한 30분 주 5회 유산소 운동을 합니다. 한번에 30분일 필요는 없으니 아침, 점심, 저녁 10분씩 3번이어도 좋습니다. 강도는 숨이 약간 차고 심장이 다소 빨리 뛰는 중등도면 됩니다. 종류는 유산소 운동입니다. 빨리걷기, 자건거, 수영, 에어로빅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비만하신 분은 날씬해지기 힘들다면 현재 체중의 5%만 빼 봅니다. 그 정도로도 상기 수치들은 많이 좋아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기 지수들이 말씀드린 수치보다 높게 나오면 의사를 찾습니다.
2. 죽지는 않지만 나를 괴롭히는 병
2.1 피로 피로 피로
대표질환: 체력저하, 우울증, 수면무호흡증, 갑상선기능 이상, 심한 간기능/신기능 이상, 빈혈 등
대책: 간단히 병에 의한 것인지 검사하기.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고 챙겨주기.
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피로하거나, 평소보다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상태가 지속될 경우에는 혹시라도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의사들은 이런 분들에 대해 혈액검사를 통해 갑상선기능이상, 빈혈, 당뇨병, 간기능 장애, 신장기능 장애 유무를 살펴보고, 수면무호흡증 여부를 염두에 두고 평소 코를 심하게 골고, 자다가 10초 이상 숨을 멈추다 ‘푸우’하고 쉬는 경우가 자주 있는지 물어보게 되며 필요하면 수면다원검사를 하게 됩니다. 이러한 검사에도 이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으며 이 중 은근히 우울증이 만성 피로의 원인인 경우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관련 의학적 원인이 전혀 없으면서 만성적으로 피로한 경우는 결국 오랜 시간 심리적(스트레스) 물리적(과로) 자극을 받아오면서 살아왔고, 이를 이겨내는 능력(정신적/육체적 체력)이 한계에 달해 이들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오는 증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이를 이겨내는 것은 결국 본인이 일의 양이나 강도를 조절하고, 하나를 해도 즐기면서 일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의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즉, 자기를 좀 아껴주고 챙겨주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되겠습니다.
2.2 하부요로계 불편증상
대표질환: 전립선 비대증
대책: 관련 생활습관 조절하기. 필요하면 약물치료 받기
전립선은 소변이 나오는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으로 남성에게만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점점 크기가 증가하게 되는데 중년이 되면 서서히 주변 방광입구와 요도를 자극하게 됩니다. 이에 의해 자극된 신경이 예민해져서 나타나는 증상과 요도가 좁아져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는데 전자의 대표적인 것이 소변이 자주 마렵고 못 참고 자다 자주 깨는 거라면, 후자는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고 줄기가 가늘고 중간에 멈췄다 나오고 보고 나서도 시원하지 않는 증상입니다. 이런 증상들이 여러 개가 같이 생기고 정도가 심해질수록 일상생활이 힘들게 됩니다. 관련된 생활습관은 비만, 과도한 음주, 잦은 카페인 음료, 자기 2-3시간 전 간식(물 포함) 등이 있지만 생활습관 만으로 조절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경우 의사의 진찰을 받고 약을 쓰는게 좋습니다. 약은 대부분 하루 1번 먹으며 평균적으로 원래 증상 정도에서 30-40% 정도 호전되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마치며
중년 남성의 질병들은 대부분 그 뿌리가 오랜 세월 이어온 잘못된 생활습관입니다. 오래 몸에 벤 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겠지만 이 병들의 뿌리가 하나이니 뿌리만 해결하면 병의 가지들도 동시에 해결되지만 뿌리가 그대로면 질병 하나하나가 가지처럼 뻗어 각각 힘들고 오랜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년의 질병들은 꾸준히 평생 관리해야 합니다. 감기처럼 몇 일 고생하다 지나간다거나 맹장염처럼 수술 한번으로 해결되지 않고, 평생 동지로 보듬고 달래며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문제없는지 정기 검진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통합적으로 잘 관리해 줄 나만의 단골 의사를 만들고 그 의사를 만나러 가는 일을 자연스러워 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하신다면 오랜 시간 젊음을 바쳐 지켜오고 이뤄낸 것들을 충분히 누리며 어느 시기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서도 행복한 인생 최고의 중년을 누릴 수 있으실 것입니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가정의학과 교수 박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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