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강은 손위생, 목건강은 척추위생

척추는 우리 몸의 기둥이다. 머리를 떠 받치고 있는 척추를 ‘경추(頸椎)’라고 부른다. 경추는 일곱개의 목뼈로 이루어지고 목뼈와 목뼈사이에는 디스크(추간판)라는 물렁뼈가 있다. 경추를 이쪽저쪽으로 구부리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디스크는 그냥 한 덩어리의 물렁뼈가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100년 동안 목뼈 사이에서 충격을 잘 흡수하라고 바깥쪽은 딱딱한 껍질로 되어 있고 안쪽은 말랑말랑한 젤리가 들어 있어 마치 물방석과 같은 모양이다. 이 물방석에 너무 강한 힘이 작용하거나 은근한 힘이 오랫동안 작용하면 껍질이 찢어지면서 여러가지로 괴로운 증상이 나타난다.

 

처음 디스크 껍질이 찢어지기 시작할 때는 목만 뻣뻣해지고 아프다가 점차 심해지면 어깨죽지 근육이 심하게 뭉치고 아프고 곰 한마리가 어깨에 올라탄 듯이 짓눌리는 통증을 느낀다. 손상이 더 심해지면 목과 어깨죽지에만 있던 통증이 더 넓게 퍼진다. 뒤통수, 머리 위, 눈, 턱관절, 등에서 형언할 수 없는 통증을 느끼게 한다. 눈이 침침하기도 하고 이명이 들릴 수도 있으며 목구멍이 아플 때도 있다.

 

디스크 껍질이 완전히 찢어져 젤리가 밖으로 나오면 소위 말하는 디스크 탈출증이 된다. 이고 이때부터는 머리, 목, 어깨죽지에 국한되었던 통증이 팔로 뻗쳐 내려간다. 뻗쳐나가는 통증이라서 방사통(放射痛)이라고 부른다. 방사통은 팔을 지배하는 신경뿌리에 디스크에서 터져나온 젤리가 묻어 염증을 일으켜서 생긴다. 한 번 생기면 무척이나 괴롭고 오래간다. 눈물나게 아플수도 있고 밤에 잠을 못 잘 수도 있다. 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방사통이 생기면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염증을 줄이는 치료를 시작해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추가 떠받들고 있는 머리의 무게가 기껏해야 5-6키로그램 밖에 안된다는데 무슨 이유로 경추 디스크가 자꾸 찢어지는 것일까? 아주 무거운 물건들 들거나, 교통사고로 목에 큰 충격을 받거나, 혹은 골프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목 디스크에 심한 무리가 가해지는 경우 찢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소수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을 너무 많이, 오랫동안 구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를 곧추 세우고 있으면 디스크에 5kg 정도의 무게가 걸리지만 고개를 30도 구부리면 20kg의 무게가 걸린다. 500cc생수병 40개 무게이다. 이토록 큰 힘이 디스크에 작용하는 이유는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목덜미 근육이 강하게 수축하기 때문이다.

 

목을 숙이는 자세는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특히, 화면이 작은 노트북 컴퓨터,를 사용할때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구부정한 자세로 컴퓨터 작업을 3시간동안 지속하면 20킬로그램의 무게로 목디스크를 3시간 동안 짖이기는 것이다. 목 디스크가 찢어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여기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면 설상가상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목덜미 근육이 긴장하여 목디스크에 강한 압박을 가하기 때문이다.

 

그럼, 목디스크를 찢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목디스크가 찢어지면서 목, 어깨죽지, 머리, 눈, 귀, 팔 등이 아픈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그 통증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정답은 ‘척추위생’이다.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고, 코를 파고, 눈을 비비는 사람은 만성적인 설사, 콧병, 안질로 고생하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정확한 방법으로 자주 손을 씻도록 권장하는 것이 ‘손위생’이다.

 

만성적인 목디스크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더러운 손으로 밥을 먹어 매일 설사하는 사람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목디스크 증상으로 고생하면서도 일상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목디스크를 짖이긴다. 예를 들면, 회사 업무로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매달려 살다가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지낸다. 열심히 일해도 부장님께 좋은 소리 못 듣는 날이 많아 엄청 스트레스 받는다. 이처럼 생활 속의 나쁜 자세로 끊임없이 목디스크를 압박하는 것이 마치 더러운 손으로 밥을 먹는 것과 똑 같다는 뜻이다.

 

설사를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는 것과 같이, 나쁜 자세로 목디스크에 압박이 가해지지 않도록 매사에 좋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바로 ‘척추위생’ 이다. 척추위생을 잘 지키면 목디스크병도 예방할 수 있고 이미 목디스크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도 빨리 회복 할 수 있다.

 

다음은 목디스크를 살리는 척추위생 십계명이다.

  • 서 있을 때나 걸을 때나 허리를 꼿꼿이 유지하라. 허리가 무너지면 목도 무너진다.
  • 앉을 때도 요추 전만을 최대한 유지하라. 당신의 허리 자세가 목을 살린다.
  • 컴퓨터 화면은 무조건 높이 둬라. 전자파가 아니라 컴퓨터의 위치가 당신 목을 죽인다.
  • 스마트폰을 볼 경우 무조건 높이 들라. 스마트폰이 당신을 거북목으로 만드는 주범이다.
  • 잠자는 동안에도 경추 전만이 유지되도록 하라. 잠자는 동안에도 당신 목은 망가지고 있다.
  •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허리와 목이 구부정해지는 것은 본능에 가깝다. 몰두 본능이다. 몰두 본능이 발동할 때면 잊지 말고 틈틈이 자주자주 신전 운동을 하라. 업무 몰두와 스트레스도 당신의 목을 해치는 숨은 주범이다.
  • 운전 중에도 요추 전만, 경추 전만이 유지되도록 하라. 운전이 얼마나 많이 당신 목을 망치는지 모를 것이다.
  • 장거리 여행 시 오래 고개를 숙이고 잠들지 마라. 가능하다면 목을 젖히고 자라.
  • 텔레비전 시청 습관을 살펴보라. 당신의 목 디스크를 당신 스스로 찢어 버리고 있을지 모른다.
  • 나쁜 목 운동을 절대로 따라 하지 마라. 목 근육 스트레칭이나 근력 강화는 목디스크가 손상되기 전에 해야한다. 일단 목디스크가 조금이라도 손상이 되면, 즉, 목디스크 증상이 있다면, 목을 뒤로 젖히는 신전동작만이 답이다. 신전운동을 제외한 다른 목운동은 모두 중지하라.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재활의학교실 교수 정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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