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안전한 담배’는 과연 존재하는 것인가?

03_더 안전한 담배는

2014 9 11일 정부의 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직후 온라인 상에서는 연일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토론의 주된 내용은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이었지만, 일부 흡연자들은 담뱃값을 절약해보겠다며 여러 아이디어를 내 놓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한꺼번에 담배를 사두자사재기형전자담배로 갈아타겠다대체재형‘, 그리고화분에 담배를 재배해서 말아 피우겠다자급자족형아이디어들이었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담배를 대체할 것으로 떠오르고 있는 전자담배, 잎 담배 등이 과연 안전한 것일까?

 

지금부터 일반적인 담배를 포함하여 전자담배, 잎 담배 등 다양한 담배의 형태에 대해 알아보자. 

필터 담배

1950년대부터 담배가 몸에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1950년대 정점을 찍었던 담배 소비량은 감소하게 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담배 회사는 타르를 거를 수 있다는필터 담배를 개발한다. 실제 많은 흡연자들은 담배를 끊는 대신 차선책으로 필터 담배를 선택하게 되었지만, 필터 담배로 바꾼 후에도 폐암의 증가를 막지 못했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필터 담배가더 안전한 담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순한 담배

 

필터 담배의 안정성 역시 실패를 보이고, 미국에서 대대적인 금연 캠페인이 벌어지면서 담배 소비량은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게 된다. 이에 각 담배 회사는 앞다투어 소위 순한 담배로 불리는저타르, 저 니코틴 담배를 생산하게 된다. 다시 한 번 더 적은 양의 타르와 니코틴을 흡입하게 되면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홍보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순한 담배는 기존 담배에 비해 타르와 니코틴의 함량이 훨씬 낮은 것으로 보고되긴 하였으나, 실제 흡연자가 흡입하게 되는 타르와 니코틴의 양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 나중에야 알려지게 되었다. , 소위순한 담배로 바꾼 사람들에서 담배 양이 더 늘었다는 보고가 있고, 필터 담배와 마찬가지로순한 담배도 폐암의 위험을 줄이지 못한다는 보고들이 이어지면서, ‘순한 담배의 환상은 깨어지게 된다. 이미 세계보건기구에서는순한 담배안전한 담배라는 표현을 쓰지 말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잎 담배

 

상업적 판매의 목적이 아닌 이상, 담배를 직접 재배하거나 잎담배를 말아 피우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10년 담배가격 100엔 인상 이후 잎담배의 판매가 3배 증가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재배하거나 구입한 담배 잎을 말아서 피우는 것은 궐련(얇은 종이로 말아놓은 담배로 흔히 시판되는 담배를 말함)을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저렴한 잎담배는 제조 담배와는 달리 낮은 품질의 담배 잎을 쓰고 필터가 없어 인체에 해로운 연기 성분을 흡연자가 그대로 흡입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장비를 사용하여 제조하는 경우 종이필터를 끼워 넣을 수도 있지만 이중필터나 공간필터 등에 비해 흡착능력이 떨어진다.) 말아 피우는 담배는 국내에서 롤토마코 등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담뱃값 인상 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자연산 담뱃잎으로 만들기 때문에 건강에 덜 나쁜 것처럼 홍보되고 있지만, 기존 담배(궐련 등)보다 덜 해롭지 않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자 담배

 

전자 담배는 2008년 국내에 들어온 이후, 유통 중인 종류가 150종이 넘을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전자 담배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니코틴이 들어있는 용액에 열을 가해 기화시켜 그 기체를 흡입함으로써 담배를 피우는 것과 유사한 니코틴 의존을 일으키는 것인데, 일반 담배의 경우 불을 붙여 태우는 과정에서 타르나 니트로사민과 같은 발암물질이 발생하는 반면, 전자 담배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되므로 일반 담배에 비해 훨씬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한다. 더군다나 니코틴이 들어있지 않는 제품은전자식 흡연 욕구 저하제로 분류되어 식약처의 승인을 받아 판매되고 있어, 마치금연에 큰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받아 들여지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 담배는 과연더 안전한 담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최근까지의 자료들을 보면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자 담배에서 발암물질과 자동차 방부액 성분이 검출되었으며 각 흡입시의 기체 양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아 품질 관리에도 허점이 나타났다. 금연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다. 미국 국립 보건원 지원 하에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전자담배가 흡연 욕구를 줄이는 효과가 없음이 밝혀졌다.

 

세계보건기구는 여러 근거를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2014, 담배 규제에 대한 WHO 회의자료).

  • 전자 담배는 안전성이나 금연에 대한 효과가 입증되어 있지 않다.
  • 전자 담배는 니코틴 중독을 유지하게 할 가능성이 있고, 적절한 금연 약물 치료 대신 선택할 경우 흡연 관련 질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 세계보건기구가 전자담배를 금연 목적으로 허가했다고 광고해서는 안 된다.

결국 세상 어디에도저렴하고 안전한 담배는 없다는 점을 상기하며 이번 기회에 금연을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 담뱃값 인상이 어린이나 청소년, 26세 이하의 젊은이들이 흡연을 시작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은 다른 국가의 사례들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0%의 가격인상이 청소년과 20대 인구집단에서 4%의 소비 감소와 2%의 흡연량 감소의 결과로 나타났다. 또 성인흡연자에서도 금연율이 2.2~4.1% 증가하는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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