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은 눈에서 받아들인 시각정보를 뇌로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신경 및 망막신경섬유층의 손상이 진행되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원인 질환 중 하나로, 고령화 추세에 따라 녹내장 환자의 숫자는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40세 이상의 인구에서 원발폐쇄각녹내장을 제외한 원발개방각녹내장의 유병율만도 4.7% (남자 5.5%, 여자 3.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40세 미만에서도 원발개방각녹내장은 드물지 않은데, 최근에는 20-30대의 근시와 동반된 녹내장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시는 안구의 길이가 늘어나면서 시신경 주변의 구조도 약해지기 때문에 녹내장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6 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에서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지는데 현재 한국인의 근시 및 고도근시 유병율은 증가하는 추세로, 향후 젊은 연령에서 녹내장으로 진단 받는 환자의 수 또한 함께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예전에는 녹내장이라 하면 주로 눈 속의 압력(안압)이 높은 경우에 발생한다고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안압이 정상범위를 유지하는 녹내장이 흔하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한국녹내장학회에서 40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2007-2008년 시행한 ‘남일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원발개방각녹내장 환자의 약 80%는 안압이 높지 않아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하는 ‘정상안압녹내장’ 이었습니다.
안압이 급격하게 상승하는 급성폐쇄각녹내장은 안통, 시력저하, 두통 및 구역/구토 등의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게 되지만 이마저도 저절로 증상이 호전되거나 다른 질환으로 오인될 수 있어서 진단 및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안압이 정상범위를 유지하는 정상안압녹내장은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말기가 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어서 안과 검사를 받지 않을 경우 진단이 늦어질 위험이 더욱 높습니다.
일단 손상된 시신경은 약물, 수술 등의 방법으로도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에 치료 치기를 놓치지 않고,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하여 치료를 받는 것이 시야 및 시력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따라서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매년 안압 측정 및 안저검사를 포함하는 안과 검진을 받아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2016년 대한안과학회지에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종합건강검진에서 녹내장이 의심되었던 환자 중 약 1/3이 실제 녹내장이거나 녹내장의증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최근 대부분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안압측정과 안저사진촬영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녹내장의 조기발견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40세 이상, 녹내장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세 미만에서도 근시 등 녹내장의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더 적극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최근 고혈압과 당뇨 등 전신질환을 동반하는 녹내장환자는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2017년 미국녹내장학회지/Journal of Glaucoma). 정상 범위의 안압에서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정상안압녹내장의 발병 기전으로, 시신경의 혈류장애가 관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뇌졸중 역시 뇌혈류의 이상이 원인이기 때문에 녹내장과 혈류장애라는 공통된 위험인자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고혈압, 당뇨 환자에서 녹내장이 있는지, 녹내장 환자에서 고혈압, 당뇨 등의 전신질환이 동반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환자들은 뇌혈관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지속하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안과 교수 박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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