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명인들이 얼음물을 온몸에 뒤집어쓰는 ‘아이스 버킷’이 유행했다. 이는 희귀난치성질환인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게 목표였다. 루게릭병이 50대 중년 남성에게 주로 나타나는 희귀질환이라면 ‘강직성척추염’은 10, 20대 꽃다운 청년을 괴롭히는 희귀질환이다. 웬만해선 병에 잘 걸리지 않는 젊은 남성들인 만큼 처음에는 별 것 아닌 줄 알고 지나쳤다가 나중에 상태가 심각해질 수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대표적인 류마티즘 질환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허리 통증이 주요 증상이라 환자들이 쉽게 여기는 경우가 많으나, 치료를 제때 하지 않으면 모든 관절이 마비되고 등이 ‘ㄱ’자로 굽어 일상적 움직임조차 어려워지는 무서운 병이죠. 10, 20대는 물론 30대까지 젊은 남성한테 주로 나타나는데, 인구 1000명당 한두 명 정도 발병하는 희귀질환입니다. 국내 환자 수는 4만명쯤으로 추산되죠.”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강직성척추염의 주된 증상은 허리 통증이지만, 엉치와 허벅지 뒤에도 통증이 생길 수 있다. 보통 아침에 30분 이상 관절이 붓고 뻣뻣해져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몹시 힘들다. 문제는 통상의 관절 통증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냥 지나치기 쉽다는 점이다. 주로 아침에 증상이 심하고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증상이 감소하기 때문에 운동 부족에 따른 부작용쯤으로 여겨 조기 진단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허다하다.
“발병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허리·등·가슴·목까지 관절이 굳고, 심지어 척추가 대나무처럼 굳는 경우도 있어요. 허리를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차츰 어려워지다가 나중에는 등이 새우처럼 앞으로 구부러지면서 가슴을 좌우로 돌릴 수 없게 되죠. 목뼈까지 진행되면 더 이상 고개를 숙이거나 드는 것조차 힘들어집니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상훈 교수(왼쪽)가 강직성척추염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평생 치료하고 관리해야 하는 질환으로, 꾸준한 운동과 약물 치료의 병행이 중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제공
강직성척추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짧은 시간 안에 완치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 교수는 강직성척추염을 “평생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정의했다. 환자 본인의 끈기와 의지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강직성척추염 치료는 염증을 조절해 관절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하게끔 하는 게 목적입니다. 진단과 치료가 빠르면 빠를수록 반응과 결과도 좋다고 볼 수 있죠. 환자 가운데 척추의 강직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의 10∼30% 정도이고, 나머지는 일상생활을 수행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요. 따라서 환자는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자신의 질병 진행 정도에 맞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과거 강직성척추염 치료는 환자 몸에 해열진통제를 놓아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운동을 통해 통증을 줄이는 게 거의 전부였다. 다행히 요즘은 좋은 약물 치료제가 많이 나와 통증과 염증을 감소시키고 운동 기능까지 개선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 강직성척추염 환자한테 주로 처방하는 약물로는 엔브렐, 휴미라, 레미케이드 등이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단기간에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닌 만큼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뒤 환자 몸 상태에 가장 알맞은 치료제를 선택해야 합니다. 혹시 결핵이 발병할 가능성이 있는지, 감염 위험성은 없는지, 내성이 생겨날 가능성이 적은지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죠. 다른 질병으로 수술을 받는 등 환자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른 ‘맞춤형’ 치료가 중요합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