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택 비만학회 이사장 “위험성 인식 필요”
“비만은 ‘21세기 신종 감염병’이라 불릴 만큼 급증하고 있으나,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란 인식은 매우 저조한 현실입니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대사질환 위험성이 높아지는 만큼 국가가 직접 나서 국민에게 체중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켜야 합니다.” ‘비만 예방의 날’(10월11일)을 맞아 전국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정부가 ‘비만 예방의 날’을 만들어 운영한 것은 2010년부터다.
비만의 심각성을 깨달은 게 비교적 최근의 일이란 뜻이다. 대한비만학회는 그동안 비만이 만병의 근원임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비만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우정택(사진) 교수와 비만 예방, 그리고 당뇨병 등 비만에서 비롯하는 질환 치료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2013년 기준으로 전 세계의 비만 및 과체중 인구가 21억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이처럼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 대사질환 유병률도 점차 증가하고 있어요.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비만 인구의 절반가량이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이에 우리 학회는 비만 관리와 예방법에 대한 국민적 인식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죠.”
우 이사장에 따르면 비만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가장 밀접한 질환이 바로 당뇨병이다. 비만한 사람이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호르몬의 일종인 인슐린과 관련이 있다. 체중이 늘면 인슐린의 작용이 떨어져 표준 체중인 사람보다 더 많은 인슐린을 필요로 한다. 지속적인 인슐린 요구량 증가는 인슐린 분비세포에 이상을 초래하고, 인슐린 생산능력이 감소하면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당뇨병이 생긴다.
“혈당이 올라가면 혈관에 이상을 초래해 합병증 발병 위험이 커지죠. 과체중 또는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는 지방 세포에서 나쁜 물질이 혈관으로 녹아들어 여러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겁니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는 진단 초기부터 운동, 식이요법 등을 통해 혈당과 체중을 함께 관리해야 합니다. 단기간에 급격히 체중을 줄이면 자칫 저혈당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3∼6개월에 걸쳐 체중의 5∼10%를 서서히 감량하는 게 좋아요.”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 약물 특성에 따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약물 결정이 필수다. 요즘은 혈당과 체중을 나란히 떨어뜨리는 치료제가 출시돼 약물치료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
고혈압도 대표적인 비만 합병증이다. 문제는 비만 또는 과체중인 사람이 고혈압에 걸리면 정상 체중인 고혈압 환자보다 심혈관질환이나 동맥경화질환이 훨씬 쉽게 발병한다는 점이다. 우 이사장은 “혈압이 높으면 심장에 부담을 줘 심부전, 부정맥, 동맥경화 등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고혈압 환자에게도 체중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대한비만학회 우정택 이사장은 “체중 조절은 개인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대사질환과 체중의 상관관계를 인식하고, 적정한 수준의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과체중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는 일단 4, 5㎏ 정도 체중 감량을 시도한 뒤 필요에 따라 5㎏가량을 추가로 감량하는 게 좋습니다. 살을 빼는 것과 동시에 운동, 절주, 나트륨 섭취 제한 등을 실천하면 체중 감량에 의한 혈압 감소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죠.”
체중이 늘면 혈액의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증가해 고지혈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지방이 혈관 벽에 자꾸 쌓이며 혈액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해 건강을 해친다. 우 이사장은 “규칙적인 운동은 우리 몸속 조직의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분해시켜 혈관을 한층 튼튼하게 만든다”고 소개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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