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자주 들리는 환절기다. 목감기(급성 인·후두염)에 걸려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계절이 겨울로 바뀌는 늦가을 환절기에는 특히 목감기로 인해 목소리를 잃기 쉬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기에 걸리면 코가 막히는 경우가 많아 입으로 숨을 쉬게 된다.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목도 건조해진 탓이다. 급성 인·후두염, 즉 목감기는 상기도에 위치한 인두와 후두에 감기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요즘 주로 유행하는 4가지 목 이상 증상을 중심으로 목감기 조기 퇴치법을 소개한다.
◇목소리가 변하고 안 나온다면=급성 인·후두염에 걸리면 우선 목소리가 변하기 쉽다. 강동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이영찬 교수는 “후두경(후두내시경) 검사를 해보면 대부분 성대의 움직임은 정상이지만 후두의 발적(발갛게 부은 증상)과 부종, 또는 후두 내 분비물(인두 또는 콧속 점막에서 흘러 내려온 점액)이 증가돼 있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은 성대 손상을 막는 것이다. 목을 과용하면 2차적으로 성대에도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성대손상을 막으려면 감기 기운과 더불어 목소리가 변하는 것 같이 느껴질 때 목소리 사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 아울러 수시로 따뜻한 물을 마셔 상기도가 건조해지지 않게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치료는 인·후두염 해소를 위해 해열제와 소염제를 복용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가래가 심하게 끓고 열이 나는 등 다른 세균에 의한 2차감염이 의심될 때는 항생제도 투여해야 한다. 물론 담배를 핀다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커피처럼 자극적인 식품 섭취도 삼가는 게 좋다.
◇기침을 발작적으로 많이 한다면=급성 인·후두염과 같은 상기도 감염증을 앓게 되면 기침을 발작적으로 많이 하는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개 후비루(코와 부비동에서 생산된 점액이 목으로 넘어가는 증상) 분비물이 기도로 흘러들거나 기관 점막의 부종 등으로 기관지가 예민해졌을 때 발생한다.
이 때는 무엇보다 안정을 취하면서 술, 담배, 찬 음식 같이 후두를 자극할 수 있는 물질을 피하고 마스크를 착용해 찬 바람을 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함께 비강 수축제 등을 사용해 후비루로 인한 기관지 자극을 줄이거나 기침억제제 같은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침을 할 때 목이 아프다면=사실 목감기로 인한 인후통은 그대로 방치해도 저절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인후통이 심하다면 2차 세균감염으로 다른 질병을 합병했을 가능성이 크다.
바로 급성 편도선염이나 급성 후두개염, 급성 후두기관지염 등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가 목안을 보여주거나 후두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때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항생제 처방을 받아 복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급성 후두개염의 경우 기도폐쇄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만약 인후통과 함께 숨쉬기도 어려워지게 되면 급성 후두개염을 의심, 지체하지 말고 이비인후과를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기침을 해도 열이 심하지 않다면=만성 인·후두염으로 이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급성 인·후두염의 경우 며칠 동안 열이 난 후 금세 호전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열은 없는데 인후통, 기침 등의 목 이상 증상이 몇 달간 계속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후두염이 만성화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흔한 원인은 역류성 인·후두염이다. 위액이 역류해 식도를 타고 올라와 인두와 후두에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이밖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탓으로 발생하는 만성 인·후두염, 공해와 담배에 의한 손상으로 유발되는 환경성 인·후두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이와 반대로 해열제를 복용해도 열이 떨어지지 않을 때는 급성 편도선염, 급성 후두개염 또는 폐렴과 같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 감염질환일 가능성이 높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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