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암살자 ‘無증상 경동맥협착증’···뇌혈관질환↑

# 65세 김모 씨는 아침 일찍 동네 뒷산에 올랐다가 쓰러진 채 이웃주민에게 발견됐다. 평소 고혈압을 관리하고 있지만 특별한 지병이나 이상이 없던 터라 가족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김 씨는 뇌졸중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에는 뇌졸중환자가 급격히 증가한다. 뇌졸중의 주요 원인은 무증상 경동맥협착증이다. 경동맥협착증은 동맥경화증에 의해 혈전이 축적돼 경동맥이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경동맥은 목 부위 동맥으로 심장에서 뇌로 혈액을 전달하는 주요혈관이다. 경동맥이 혈전으로 좁아지면 혈액공급량이 줄고 뇌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 2011년 미국의학전문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경동맥이 좁아지면 뇌졸중 위험이 6~10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는 증상이 있는 경동협착증환자의 뇌졸중 발생률이 매년 6~7% 정도 증가하며 증상이 없는 경동맥협착증환자도 경동맥이 75% 이상 막혀있는 경우 뇌졸중이 매년 10% 정도 증가한다고 조사됐다.

경희대학교병원 흉부외과 윤효철 교수는 “경동맥협착증은 증상이 없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고 발견이 돼도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협착부위의 동맥경화성 부스러기가 뇌혈관으로 들어가 혈관을 막으면 갑작스런 뇌경색을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센터 경동맥절제클리닉을 찾은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경동맥협착증의 사전 증상이 있었는지 조사한 결과 ▲증상이 없었던 경우가 72%(36명) ▲팔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 16%(8명) ▲어지럼증 10%(5건) ▲안면신경마비 2%(1건)로 나타났다. 환자 10명 중 7명은 병원을 찾기 전까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치료는 증상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심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저하제, 혈압강하제, 아스피린 등 항응고제 약물로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협착정도가 50% 이상이면서 안면부, 상·하지마비 등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70% 이상의 협착이 있다면 예방차원에서 경동맥 내막절제술이나 경동맥 스텐트삽입 등의 치료가 필요하다.

경동맥 내막절제술은 경동맥협착으로 발생 가능한 뇌혈관질환의 원인을 제거하는 예방차원의 수술이다. 중풍병력이 있는 환자는 다른 증상의 발현을 예방하고 비만,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이 있는 중장년층은 뇌경색 위험요소를 기대할 수 있다.

윤효철 교수는 “고지혈증, 고혈압 등 동맥경화성 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이 있는 고령자는 경동맥초음파검사와 예방차원의 수술·시술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경동맥협착증에 의한 뇌졸중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성인병, 스트레스, 흡연 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요인을 예방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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