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욱 기자 snapress@snakorea.com
【서울뉴스통신】요즘 가장 핫!한 약은 누가 뭐라 해도 비타민D이다. 각종 매체에 온갖 전문가들이 하루 종일 비타민D에 관해 이야기한다. 뼈 건강은 말할 것도 없고 암, 우울증, 치매 예방에도 필수적이라는 비타민D, 약국에도 홈쇼핑에도 대형마트에도 넘쳐난다. 전 국민의 비타민D 섭취는 더 이상 선택사항이 아닌 듯 보인다. 하지만 특정 환자군이 아니라 전 국민을 상대로 이처럼 비타민D가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받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이렇게 핫!한 비타민D, 나도 먹어야 하나? 여기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가 마련한 간단한 몇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판단하자.
1. 비타민D는 무엇인가?
‘햇빛 비타민’으로 불리는 비타민D는 인간이 몸에서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일한 영양소이다. 10~20% 정도를 음식을 통해 섭취하고 나머지는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광합성을 하듯이 비타민D를 합성해낸다. 칼슘, 인과 함께 뼈와 치아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영양소이다.
2. 비타민D가 골다공증, 암 예방, 심혈관 질환 예방에 좋다?
요즘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비타민D가 단지 뼈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실 이러한 임상결과들은 그 결과가 매우 상이하며 온갖 변수에 따라 다른 결과를 내놓는다. 영국 정부의 영양과학자문위원회(SACN)는 비타민D가 골다공증, 일부 암, 심혈관계질환 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여러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나 그 증거들이 현재 수준에서 아직 확정적이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의학원(IOM)에서도 1,000개의 스터디를 살펴본 결과 비타민D의 유일한 건강상 장점은 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뿐이라고 알렸다.
3. 한국인들의 비타민D 결핍이 심각한 수준이다?
자외선차단제를 많이 바르는 한국인들에게 비타민D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90% 가까운 한국인들이 비타민D 결핍증이라고 주장한다. 결핍과 과잉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첫째, 혈중 비타민D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화된 방법이 있어야 하고 둘째, 적절한 혈중 수치가 얼마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비타민D의 결핍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혈장 25-hydroxyvitaminD (25(OH)D)를 측정하는데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실험실적 측정법이 아직 없는 상황이다. 또한 영국은 10ng/ml 이하로 혈중 농도가 떨어졌을 때 결핍이라고 판단하는 반면 미국 의학원은 20ng/ml, 한국은 30ng/ml을 그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즉, 영국에서는 정상인 사람이 한국에 오면 심각한 비타민D 결핍환자로 둔갑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4. 지금 잘 나가는 비타민D 보조제들은?
대부분 선진국 보건 당국들은 임신부, 수유부의 경우 1일 비타민D 400IU(비타민 D단위),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400IU~600IU를 일반적으로 권고한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식사하는 성인의 경우에는 따로 비타민D 보조제 섭취를 권장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서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는 비타민D는 대부분 권장량의 서너배에 해당하는 용량(1,000IU, 2,000IU)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 비타민D는 비타민C 등의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지용성 비타민이다. 즉, 우리 몸은 과량의 비타민D를 제거하지 못하며 몸 안에 축적되어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말이다. 비타민D를 과량 복용할 경우 오히려 근력이 저하되며 심장, 혈관, 신장 기능부전 등 독성이 나타날 수 있다.
5. 비타민D 먹어? 말어?
결국 문제는 햇볕이다. 햇볕만 잘 쬐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그게 그리 어려운가? 한국은 일조량이 충분한 국가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는 점. 영국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인의 경우 여름 기준 30분만 햇볕을 쬐면 49일 동안 전혀 햇볕 노출이 없어도 비타민D는 걱정할 것이 없다고 한다. 여름에 햇볕 아래 반짝였던 팔과 다리가 일년 내내 그대의 비타민D를 책임져 줄 것이다.
6. 홍수처럼 오고가는 약의 흐름 속에서.
지금 비타민D가 그러하듯이 한때는 비타민C가, 또 한때는 글루코사민과 오메가3가, 그 이전에는 클로렐라가 갖가지 효능을 뽐내며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언젠가는 또 다른 약이 혜성처럼 몰려들었다가 쓰나미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아무리 약이 유행 따라 오고 간다한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시시때때 변하는 건 아닐 것이다. 2015년 새해, 더 이상 유행에 내 몸을 던져두지 마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