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혈관 만들기!… 걷기운동 시작부터

말초혈관의 동맥경화 정도를 가늠하는 ABI검사 광경. 보통 발목과 팔의 혈압차를 지수로 삼아 정상 수준과 비교함으로써 동맥경화로 인해 말초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알고 싶을 때 시행한다. 서울대병원 제공

현대인의 혈관이 병들고 있다. 육류 중심의 식습관, 패스트푸드, 해를 거듭할수록 심화되는 경쟁사회에서 겪어야 하는 각종 스트레스가 현대인의 혈관건강을 위협한다.

각종 암 다음으로 한국인 사망원인 2위에 올라있는 뇌졸중, 뇌동맥류 등 뇌질환과 돌연사를 부르는 급성심근경색, 협심증 등 심장병이 대표적이다. 실명 및 다리 절단 위험을 높이는 당뇨망막증과 당뇨발(족부궤양)도 혈관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생명의 원천인 피가 맑고 건강하게 온 몸을 누비게 하려면 일상생활 중 혈관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생명의 원천 피가 누비는 길=혈관은 우리 몸 속 구석구석을 누비며 생명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일을 담당한다. 우리가 호흡한 산소를 피에 실어 전신 조직과 세포에 나르고, 위나 장 등 소화관에 있는 영양분을 가져다 적재적소에 배치시키는 일도 혈관의 역할이다.

혈관이 망가지면 생명유지에 필요한 이런 역할을 원만히 수행할 수 없게 된다. 피를 필요한 만큼 공급받지 못한 장기와 조직에 허혈성 변화(증상)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 심장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혔을 때 일어나는 심근경색증으로 인한 혼수, 마비 등이 그것이다. 오래 살려면 혈관건강부터 튼튼하게 잘 다스려야 하는 이유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원호연 교수는 “고혈압,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 현대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질환은 대부분 혈관 이상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혈관질환을 방치할 경우 자칫 돌이킬 수 없는 불상사를 자초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 느끼면 이미 말기 단계=혈관질환은 크게 중심성과 말초성으로 나눌 수 있다. 중심성은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과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심장혈관질환이 대표적이다. 동맥경화성 신(콩팥)혈관질환과 심부내장혈관에 생기는 동맥류도 여기에 포함된다.

반면 말초성 혈관질환이란 주로 사지(四肢) 혈관에 발생하는 것으로, 팔다리 혈관이 동맥경화 또는 염증에 의해 좁아지거나 막히는 경우를 말한다. 당뇨병성 족부궤양 및 망막증, 버거병, 수족냉증 등이 있다.

문제는 이들 혈관질환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불편감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손발 저림, 기억력 감퇴, 안면 홍조 등을 혈액순환장애 증상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원 교수는 “피돌기가 안 좋다고 손발이 저리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활 속 관리로 혈관질환 예방 가능=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이상철 교수는 “튼튼한 혈관을 가지려면 우선 생활습관부터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혈관건강을 위해선 무엇보다 일상 중 걷기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자주 힘차게 걸으면 팔다리 근육이 발달해 근육수축을 통한 혈액순환이 원활해지고 혈관이 확장돼 온몸에 혈액이 잘 흐르게 된다. 따라서 혈압도 내려가고 신진대사가 촉진된다.

금연은 필수다. 담배는 혈관건강에 백해무익한 존재다. 혈관 벽을 손상시키며 동맥경화를 부추긴다. 혈관을 수축시켜 고혈압도 악화시킨다.

스트레스는 바로바로 푼다. 스트레스는 고혈압을 악화시켜 심근경색증과 뇌출혈을 부르는 고(高) 위험인자자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적당한 운동과 취미생활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도록 하자.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매일 먹는 음식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고지방식품을 피하고 채소 중심의 균형 있는 식단이 권장된다. 특히 콩이나 견과류, 해조류, 녹황색 채소, 현미와 보리 등이 혈관에 좋은 식품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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