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한국인 수면 시간 OECD 꼴찌…숙면하려면?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49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최하위입니다.

연간 근로시간은 216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가장 긴데요, 이처럼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먼저 잠 못 드는 한국인의 실태를 홍혜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불면증 인구 400만 명▼

20 대 후반 취업준비생입니다.

대학원을 졸업한지 1년이 지났지만 취직을 못해 아직도 책과 씨름하고 있습니다.

불안한 마음에 책상 앞에서 새벽 2시를 넘기는 날도 많습니다.

막상 잠자리에 누워도 뒤척이기 일쑤입니다.

이현아(취업준비생) : “새벽 4,5시에 잠이 들고 잠을 잔다고 해도 아침 7시에 일어나고 그렇게 반복이 되면서 잠을 못자니까…”

기업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50대 남성입니다.

결재와 회의 등 일폭풍이 지나간 오후 3시 무렵 몸의 기운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3시간 걸려 출퇴근하고 새벽에 귀가하는 고3 딸을 돌보느라 서너시간 밖에 못잔 탓입니다.

노후생활 걱정도 숙면을 방해합니다.

안성혁(직장인) : “제2의 생활을 목표로 잡고 (회사를)나가야 하는데, 굉장히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이처럼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전체 성인인구의 12%인 4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신철(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 : “다른 질병이 없는데도 낮에 이유없이 피곤하거나 졸리면 내가 수면장애가 있지않나 한 번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

노인들에 국한됐던 불면증이 취업난과 고용불안, 준비 안된 노후가 겹치면서 세대를 초월해 번지고 있습니다.

▼‘꿀잠’을 팝니다…수면 상품 봇물▼

이처럼 잠 못드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른바 ‘꿀잠’을 자게 한다는 수면용품이 잇달아 나오는 등 수면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김진희 기자의 보도입니다.

잠을 설친다는 20대 여성이 숙면 전문 매장을 찾았습니다.

“(목이 불편했다고 하셨잖아요. 베개는 어느 정도 높이를 쓰셨어요?) 높이는 어렸을 때는 높았는데 요즘은 낮게 쓰는 편..”

이른바 ‘수면 관리사’와 1:1 상담을 통해 제품을 추천받고, 체험도 해 봅니다.

‘쪽잠’이라도 달게 자고 싶은 바쁜 현대인을 겨냥한 휴대용 베개, 숙면을 유도하는 음향기기와 조명용품, 향초.

그리고, 먹으면 잠이 온다는 숙면 보조식품까지, ‘꿀잠’을 재워주겠다는 제품만 수십여 가집니다.

맹수정(직장인) : “(예전에는) 약(수면제)을 제가 의존하게 됐었는데요. 식품이라서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최근엔 호텔들까지 가세했습니다.

‘천상의 수면’을 제공한다며 특급호텔 브랜드를 붙인 이 침구는 지난해 매출이 100% 넘게 늘었습니다.

이렇게 기능성을 앞세운 숙면 제품들이 다양해지면서, 수면시장은 1조 5천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른바 ‘슬리포노믹스’라는 신 경제용어까지 등장한 수면시장, 잠 못 이루는 한국인들이 ‘꿀잠’ 산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불면증, 사망 위험 56% 높여…숙면 취하려면?▼

잠을 자는 동안 뇌는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낮에 들어온 정보를 정리해 필요한 건 기억으로 저장합니다.

때문에 잠을 못자면 기억력과 집중력, 판단력이 떨어집니다.

건강한 20대 남성을 24시간 동안 재우지 않았더니 스트레스호르몬 수치가 치솟았고, 인지기능 검사에서 오답률이 62%나 증가했습니다.

만성적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면 조기사망 위험이 56%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잠은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얼마나 오래 잤느냐 보다 일어났을 때 머리가 맑고 몸이 개운해야 잘 잔 겁니다.

그럼, 숙면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틀밤을 꼬박 샐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렸던 이 여성은 수면에 대한 교육을 받고 불면증이 사라졌습니다.

방에서 시계를 치우고, 잠에 대한 걱정과 집착을 버리고 나서 부텁니다.

김민자(불면증 극복) : “내일 활동하려면 자야돼. 그렇게 집착하면 할수록 더 정신이 맑아지고 깨더라구요.”

의도적으로 잠을 청하면 각성이 증가해 숙면을 방해합니다.

졸릴 때 잠자리에 들어야 자연스럽게 잠에 빠져듭니다.

한진규(수면클리닉 원장) : “뇌가 졸려올 때 자면 짧게 자도 깊게 잘 수 있고 오늘 못자면 내일 잘 수 있으므로 잠에 대한 걱정과 긴장을 풀어야 합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기상해 햇빛을 보면 생체리듬이 유지됩니다.

특히 햇볕을 쬐며 하루 30분 이상 걸으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잠들기 2시간 전 족욕이나 반신욕도 체온을 낮춰 깊은 잠을 유도합니다.

술은 잠을 들게는 하지만 깊은 잠을 방해해 과도한 음주는 수면의 적입니다.

KBS 뉴스 이충헌입니다. 김진희 기자 hydrogen@kb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