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는 안가고, 무릎은 쑤시고…고향길 ‘건강 운전법’

[한겨레] 1~2시간에 한번씩 쉬고 스트레칭 충분히 해줘야

“뒷주머니에 지갑 넣고 운전…몸에 불균형 가져와”

지난해 설 연휴 경기 안성시 경부고속도로 안성분기점의 오른쪽 하행선이 늘어선 차량들로 채워져 있다. 경찰청 헬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설이나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이 바로 고속도로 정체다. 각 방송사들은 기자들을 고속도로 요금소에 배치해 수시로 고속도로 상황을 방송할 정도다. ‘민족대이동’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장거리 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운전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졸음운전 등으로 인한 교통사고겠지만 그밖에도 여러 건강상의 피해가 나타날 수 있다. 무릎이나 허리의 관절질환의 악화도 대표적인 예이다.

고향을 찾거나 다시 돌아올 때 10시간이 넘게 운전대를 잡았다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 아무리 좋은 자세를 취해도 허리나 무릎, 어깨 관절 등에 무리가 오게 된다. 평소 허리 통증이 있었다거나 무릎 관절염을 앓고 있었다면 증상이 더 심해지기 쉽다. 특히 몸무게 부담이 허리에 집중적으로 쏠려 만성 허리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앉아 있는 자세는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1.5배의 몸무게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원활한 혈액순환도 가로 막는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와 휴식이 필수다. 앉는 자세는 엉덩이를 의자 뒤로 밀착시키되 등받이를 너무 뒤로 젖히지 않도록 해야한다. 좌석 위치는 자동차 페달을 밟았을 때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정도가 좋다. 어깨의 피로를 덜기 위한 자세도 있다. 핸들과의 거리는 핸들 양쪽을 잡았을 때 어깨가 등받이에서 5~10㎝정도만 떨어지는 게 적절하다.

아무리 좋은 자세로 운전을 한다고 해도 운전을 멈추고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좋은 건 없다. 최소 1~2시간에 한번씩은 쉬도록 하되, 쉴 때에는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 줘야 한다. 특히 다리 쪽 관절의 부담을 풀기 위해서는 발등을 쭉 펴거나 당겨서 발가락에도 스트레칭이 되도록 해야 한다. 허리를 크게 돌려주거나 양옆으로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추천된다. 정덕환 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몇 시간씩 오랜 시간 운전을 하면 근육이 긴장하고 척추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많은 운전자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뒷주머니에 휴대폰이나 지갑을 넣어둔 채로 운전하는 것인데 이런 작은 행동이 몸의 불균형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오랜 시간 운전을 할 때에는 최대한 가벼운 차림으로 운전을 하는 게 좋다.

장시간 운전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이지만 졸음을 유도하기 때문에 1~2시간에 한번씩 쉬면서 맑은 공기를 쐬는게 필요하다. 스트레스도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차 안의 공기도 바꿔 부족한 산소도 채울 수 있다.

당뇨·고혈압 등 평소 만성질환자는 장시간 운동이 위험할 수 있다. 한 자세로 오랜 시간 운전을 하다보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데 이런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 등 혈관의 건강을 해치는 질환이 있는 경우 뇌졸중이나 심장병 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쩔 수 없이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한다면 보통 사람보다 더 자주 쉬도록 하고, 쉬는 중간에 스트레칭이나 걷기와 같은 운동도 더 자주 해야 한다. 김범준 가천대 길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 환자의 경우 장시간 운전이 혈당을 크게 떨어지게 하는 저혈당을 유도할 수 있음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