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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취업 준비 2년째인 대학졸업생 김지연(가명ㆍ24)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병원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자리에 누웠을 때 위경련이 온다거나 이유 없이 열이 나고 무기력함을 느꼈기 때문. 김씨는 “병원에 가도 특별한 원인은 찾을 수 없었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 같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올 때가 많았다”고 말했다.
취업 문이 좁은데다 여성에게 더 불리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면 김씨는 더 괴롭다. 함께 공부하던 이들이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증세는 심각해진다. 김씨는 지난해 20곳에 가까운 곳에 원서를 냈지만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그는 “매일 오전 8시에 기상해 오후 10시까지 취업 준비에 매진하고 있지만 미래는 불안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젊은이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마음도 아프고 몸도 아프다. 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환자의 진료비는 2조9,657억원으로 전년보다 5.01% 증가했다. 60대 이하에서는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2014년에도 다르지 않았다. 2014년 20대 환자의 진료비 증가율은 6.78%로 병치레가 잦아지는 60대의 증가율(6.70%)보다도 높았다.
취업 스트레스 탓? 20대 마음이 아프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마음의 병을 얻은 20대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중년 여성의 병으로 치부되던 화병(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및 적응장애)은 최근 20대 환자의 비중이 늘고 있다. 2013년 1만3,850명이던 20대 화병 환자는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1만5,425명(증가율 11.3%)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 연령대의 화병 평균 증가율(3.8%)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높다. 연령별 점유율도 12.7%에서 13.6%로 높아졌다. 한숨을 자주 쉬거나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정운선 경북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직장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20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명상, 걷기 등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유 없이 안절부절 못하거나 잠들지 못하는 불안장애도 늘었다. 불안장애로 병원을 찾은 20대는 2013년 3만4,420명에서 지난해 3만9,034명으로 증가했다. 3년 사이 13%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대 우울증 환자는 지난해 5만명을 넘어섰다. 윤대현 서울대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는 “원하는 대로 잘 되지 않아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다 보면 마음의 병을 얻게 된다”며 “30대 후반 후반에야 앓게되는 병들이 스펙 경쟁, 취업 경쟁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20대에 앞당겨 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장시간 실내에만…몸도 아프다
아픈 것은 마음뿐 아니다. 등 통증, 비타민 D 결핍 같은 질환도 과거보다 젊은 환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등 통증은 근육이 뭉친 듯 뻐근하게 아픈 질환이다. 20대 환자는 2013년 32만2,343명, 2014년 34만4,402명, 지난해 35만4,956명 등 꾸준한 증가세다. 30대 환자도 2013년 56만456명에서 지난해 57만5,431명으로 늘었다. 등 통증은 경직된 자세로 장시간 반복적인 일을 하는 직업군, 육아 또는 가사노동 등 항상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주부가 걸릴 확률이 높다. 컴퓨터, 스마트폰을 떼어놓고 살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등 통증을 유발하고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비타민D 결핍 환자도 크게 증가했다. 2006년 44명에 불과했던 20대 비타민D 결핍 환자는 지난해 3,764명으로 80배 이상 늘었다. 30대 비타민D 결핍 환자도 같은 기간 66명에서 8,010명으로, 120배 이상 증가했다. 한정수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낮 시간을 이용해 일주일에 3,4회 하루 20, 30분 가량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햇볕을 쬐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희귀질환인 크론병(국한성 장염) 역시 과거에 비해 2030 환자 비중이 늘었다. 지난해 크론병 환자 중 20대가 30.3%, 30대가 22%를 차지해 2030환자가 절반을 넘었다. 크론병은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 등에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설사ㆍ복통ㆍ열ㆍ체중 감소 등의 증상을 보인다. 2030에서 두드러지게 많이 나타나는 원인은 서구화된 식습관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20, 30대가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은 지난해 외래 환자 중 치주질환이 가장 많았고 이어 급성 편도염, 위염 등의 순이었다. 입원환자 기준으로는 치핵, 기타 추간판 장애(허리디스크) 등이 많았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